[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자신만의 독보적인 연출로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청얼 감독이 이번엔 양조위, 왕이보 손을 잡고 '무명'으로 돌아왔다. 한국 개봉 후 국내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는 '무명'이다. 그 중심에는 청얼 감독이 혼신의 힘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미장센과 역사 의식이 담긴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다.
청얼 감독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무명'이 한국에서 개봉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 4월 26일 국내 개봉된 '무명'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 후 각자의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걸고 조직에 들어간 두 남자가 끊임없는 의심과 경계 속에서 펼치는 스파이 액션 스릴러다.
깊이 있는 연기력의 대체 불가 배우 양조위와 드라마 '진정령'이 낳은 대륙의 라이징 스타 왕이보의 만남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양조위는 상하이 비밀 조직 요원 허 주임 역을 맡아 명불허전 연기 내공을 뽐낸다. 허 주임은 정체를 감춘 해 일본인 와타나베 경관의 밑에서 일하며 첩보 작전을 펼치는 인물이다.
또 왕이보는 적의 편에 선 이중 스파이 예 선생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인 예 선생은 첩보 작전을 펼치던 중 점차 적의 편에 서게 되고 동료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변모한다.
두 사람을 캐스팅 할 때 '반전 매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던 청얼 감독은 "양조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또, 우리가 느끼는 왕이보의 이미지와 나이에 대한 감각이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정확한 모델링 아래 왕이보와 극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양조위에 대해 "무대 위에서나 밖에서나 매력적인 사람이며 슈퍼 스타"라며 "촬영장에서 그는 온화하고 친절하며 도시적이었고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라고 말했다.
왕이보는 '무명'에서 첫 번째로 캐스팅된 배우로 알려져 있다. 청얼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왕이보를 만난 후 이 캐릭터는 그를 대체할 배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를 놀라게 했고 관객들도 놀라게 할 배우"라고 극찬을 한 바 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왕이보는 일어와 상하이어를 배우고 생새우를 먹는 것은 물론이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하루종일 촬영하다가 구토까지 하는 등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이에 청얼 감독은 "왕이보는 항상 헌신적이고 주의 깊고, 학습 능력이 강하며, 언어에 매우 재능이 있다"라고 칭찬한 후 "촬영하는 동안 그와 오랫동안 소통하고 어려움을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주려고 했다"라고 지난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무명'의 백미는 총 9일 간의 촬영 끝에 완성이 됐다는 양조위와 왕이보의 액션 시퀀스다. "액션의 현실감에 초첨을 맞춰 촬영했다"고 운을 뗀 청얼 감독은 "숨 막히는 싸움이 되길 바랐고, 순수한 액션만을 담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없애고자 했다"라며 "대역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체력이나 다양한 요구사항이 많았는데 두 사람 모두 굉장히 잘 마무리해줬다"라고 두 배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 중에서도 양조위와 호흡을 해야 했던 왕이보의 부담이 상당했다고. 양조위를 때리지 못하는 왕이보에게 청얼 감독은 "자신을 억제하지 말아야 액션의 현장감과 완성도가 높아진다"라고 말했고, 그제서야 왕이보는 양조위에게 주먹을 뻗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청얼 감독은 "양조위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젊은 배우로서, 특히 격투 장면에서 왕이보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라고 왕이보의 고충에 공감하며 "촬영이 진행될수록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고, 극 중 실제로 몸을 맞대고 사고가 생기면 서로를 챙기는 등 두 배우 사이에 신뢰감이 형성돼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전에, 엄밀히 말하면 모두 촬영 현장과 동일한 보호 환경 아래 일주일 동안 훈련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명'에 대해 "스파이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역사적 감각이 더 강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라며 "모든 사건을 그 시대에 직설적으로 배치하는 대신 역사에 진정으로 통합되도록 노력했다. '무명'이 그 시대에 대한 애가(哀歌)가 되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무명'엔 시대 상황으로 인해 극 초반 참혹한 상황이 연달아 그려진다. 그 중에서도 두 마리의 개가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청얼 감독은 "영화 초반에 국가 폭격으로 죽은 개와 폭격기에 타고 있던 개, 두 마리 개의 이미지를 설정했다"라며 "영화 중반부쯤이 되면, 관객들은 폭격기에 탄 개도 같은 날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영화를 통해 반전, 그리고 전쟁은 어리석고 추악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무명'은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해 몰입도와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후반부엔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짜릿함까지 선사한다. 이에 대해 청얼 감독은 "독특하다기보다는 아주 흔한 내러티브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비선형적인 이야기를 자주 사용한다"라며 "퍼즐의 짜릿함에 사로잡힐 때가 있는데, 잔잔한 서사가 끝나면 어떤 답이 나오거나 극적인 클라이맥스가 오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운명에 대한 감각을 얻기가 더 쉽다"라고 이 같은 기법을 사용한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 시대의 과거사를 정리하고 역사에서 현재를 이해하기를 바란다. 모든 것이 동북아시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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