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첫사랑 아이콘'이자 청순함의 대명사로 불렸던 배우 명세빈이 '닥터 차정숙'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얼굴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륜녀지만 사연이 많다. 딸을 향한 절절한 모성애는 안타깝다. 그래서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응원하게 된다. 그만큼 명세빈의 연기 변신이 탁월했다는 의미다.
지난 4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연출 김대진, 극본 정여랑)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다. 명세빈은 극중 가정의학과 교수 최승희 역을 맡아 엄정화, 김병철, 민우혁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최승희는 과거 서인호(김병철 분)과 연인 사이였다. 하지만 예과 1학년 때, 차정숙과 서인호가 결혼을 하면서 미국으로 떠나게 됐다. 레지던트 과정 중에 임신해 결혼은 하지 않고 딸을 낳았다. 그 딸의 친부가 바로 서인호로, 두 사람은 차정숙 몰래 만남을 계속 이어갔다.
그렇게 갈등의 씨앗이 된 최승희. 하지만 어느 새 단단하게 성장한 딸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조금씩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자신의 진짜 인생을 찾아나서는 결말을 맞이하며 여운을 남겼다. 최승희 뿐만 아니라 차정숙, 서인호, 로이킴(민우혁 분) 모두 성장하는 결말을 그려낸 '닥터 차정숙'은 마지막 회에서 18.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얻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명세빈은 종영 전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닥터 차정숙'을 향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앞으로 빌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나.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는데 케이크를 가지고 왔더라. 센스있게 숫자 초로 원하는 시청률을 꽂아보라고 하더라. 20%는 넘었으면 싶은데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어서 21%로 했다."
- 높은 시청률과 인기에 배우들 모두 신이 났을 것 같다.
"팀워크가 좋아서 따로 만나기도 했다. 배우들끼리 같이 드라마를 보기도 했는데 다들 서로를 챙기는 훈훈한 분위기라 기분이 좋다. 처음엔 가편집 상태인 영상으로 모니터를 했는데 저희끼리는 그걸 보고 좀 놀랐다. 음악이나 그런 게 아무것도 없던 상태라. 그런데 이렇게 잘 되니까 더 좋더라. 배우들끼리 만나서 드라마를 볼 때 정말 많이 웃고 '왜 저렇게 했냐'며 얘기도 많이 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 주변 반응도 뜨거울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반응은 무엇인가.
"저도 신기했다. 주변에서 '새로운 역할을 정말 잘했다. 축하한다'라고 해주셨다. 또 욕먹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식당에선 반응이 정말 좋다. 어머니들이 좋아하고 반가워 해주신다. 또 '우리가 어떻게 완벽하게 살 수 있겠나'라는 얘기도 해주셨다. 시청자들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시는 것 같다. 승희를 무조건 밉다고 봐주시지 않아서 감사했다. 또 동료들이나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제가 그 역할을 해서 좋았다고 하더라. 일차원적으로 해석이 되지 않고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을 해주시더라."
- 승희는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다 가진 사람인데 인호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참 안 됐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이 됐으면 연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타당성이 느껴졌다. 제가 제일 늦게 합류를 했다. 준비 시간이 짧아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승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김병철 배우는 연기를 할 때 치밀하게 만들어 놓더라. 인호와 승희는 서로의 첫사랑이다. 승희는 병원 집안에서 자랐고 겉으론 완벽해 보이지만 결핍이 있었을 거다. 이걸 인호에게 얘기했고, 소울메이트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첫 연애가 기준이 됐을거고 상처로 남았다고 생각한다. 대학 때 정숙이를 보면서 미움이나 자격지심이 생겨서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도피까지는 아니라도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했는데 그때 인호가 나타나서 제어를 못 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딸을 낳았다. '니가 보고 싶어서 낳았어'라고 하지 않나. 고민 끝에 가족에 대한 결핍을 느끼는 승희가 유일하게 내 편이 될 수 있는 아이를 낳은 거다.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웠지만 엄마로서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그런 것을 다 생각하면서 연기를 해서 나쁘지만은 않았다. 엄정화 언니가 '이건 너무 하지 않나'라고 하면 '제 입장이 있다'라고 하면서 연기를 하기도 했다."
- 김병철 배우가 연기한 서인호는 미운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나한테 갑자기 왜 이런 식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그래서 TV로 보면 차정숙에게 잘하고 있더라.(웃음) 연기를 정말 잘하고 분석을 정말 많이 한 것 같다. 분명 욕을 먹을 캐릭터라 배우가 얼마나 고민을 했겠나. 그런데 코믹 요소까지 적재적소에 잘 풀어냈고 김병철 배우가 작가님이 쓴 것을 잘 맞게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 두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인호에겐 어떤 마성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당당함과 가부장적인 면, 우유부단함이 공존한다. 승희에겐 '나의 소울메이트'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또 갈수록 잘생겨지는 것 같다.(웃음) 대학교 상황을 TV로 보는데 둘이 너무 예쁘고 인호도 잘생겼더라."
- 기존엔 안 보여줬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도전의 시간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이런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언제까지 청순가련한 역을 할 수 있겠나. 제 나이가 몇 갠데.(웃음) 배우로서 다양한 것을 하고 싶었다. 사람은 선함, 악함이 공존한다. 저도 분명히 두 가지의 모습이 있고 이걸 배우로서 확장해 다른 캐릭터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얘기했더니 '할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비중에 대한 생각도 하셨던 것 같다. 그간 기회를 못 찾았는데 이번에 감독님이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다. 대본이 정말 재미있어서 좋았다. 상상하면서 즐거워했는데 막상 하다 보면 '맞나' 싶기도 했다. 예전엔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어서 모니터를 계속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100% 사전제작이라 겁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몰입을 해서 최선을 다해 승희를 표현하려 했다."
- 그렇다면 이번에 갈증 해소가 됐나.
"좀 더 악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앞에선 소심한 모습이었지만 뒤에서 다 계획하고 공격하는 빌런, 치밀한 캐릭터를 맡아 보고 싶다."
- 이번 '닥터 차정숙'을 통해 연기적인 재미를 느꼈나.
"재미있었다. 어떤 캐릭터든 다 스트레스가 있지만, 이번엔 예민하고 더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로코 장르를 할 때는 재미있는 상상을 많이 한다. 그런 반면에 승희는 상처가 있고 내가 뚫고 가야 하는 딸과의 내적 관계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런 만큼 재미있었다. 그런 감정을 바로바로 느끼며 연기했다."
- 딸과의 관계에서의 모성애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절절한 엄마 역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저는 아기가 없다 보니 연기자로서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더 세게 느끼고 더 표현하고 싶은데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이 작품을 선택할 때 아이는 성장을 했고, 전문적인 색깔이 강해서 좋았던 것 같다. 예전엔 착한 역할만 했다면 최근엔 작품들이 다 연결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색깔이 쌓이고 빛을 발하면서 계속 왔다.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보쌈'으로 성숙하고 단단한 느낌의 역할로 연결이 됐다 보니 이번에 그런 것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 의사 역할도 잘 소화를 했다.
"외국에 계신 팬 분이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렸는데 그걸 보고 놀랐다. '태양속으로' 캐릭터가 나오다가 승희가 등장하는데 이렇게 성장했다고 보는구나 싶더라. 결국 그동안 했던 연기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쌓여서 최승희가 만들어졌다 싶어 감사한 마음이 있다. 대중들이 원했던 청순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다른 여러 작품을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 결말에 대한 만족도는?
"승희 입장에서 만족한다.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상태인데 승희도 성장을 한다. 인간적으로 변곡점을 맞이하는데 그래서 만족하는 결말이다."
- 엄정화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거의 싸우는 신이고 민감한 관계로 나온다. 하지만 엄정화 언니는 성격이 정말 좋고 상대를 잘 챙겨준다. 같이 얘기도 많이 하고 기도도 한다. 극에서 대립이 있으면 실제로 감정이 남아있기도 한다. 저만 그런건지 궁금하긴 한데, 그럼에도 언니와는 잘 풀고 연기를 할 수 있게 최대한 받쳐주려 하는 것이 있다. 같이 잘 되자는 마음이다. 마음을 열고 충분히 연기할 수 있게 해준다."
- 속 시원한 장면이나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방송을 보면서 어땠나.
"대사가 빵빵 터진다. 다른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비밀을 숨기고 나중에 들키는 구조인데 여기선 반대다. 신선하고 재미있다. 아이들도 예민한 시기를 지나 성장한 상태라 그들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부모님이 싸우면 차라리 이혼하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이도 좋았던 것 같다. 소소한 복수에서 오는 쾌감이 있다. 미워서 자는 사람 뺨을 진짜 때리지 않나. 대리만족을 하게 해준다. 김병철 배우 리액션도 현실성 있게 재미있게 해준 것 같다. 배우들이 잘 만들어줬다."
- 최승희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헤어져. 너의 삶을 살아. 힘들 걸 알면서도 내 길을 간다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대단한 것 같다. 인호와 헤어진다고 해도 딸과 아빠의 관계는 지속이 될 수 있으니 승희에게 인호와 헤어지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 그렇다면 로이 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생각지 못한 질문이다.(웃음) '너도 정신 차려'라고 하고 싶다."
- 실제 명세빈의 삶은 어떤가.
"신비롭지 않다. 저는 MBTI가 I다. 활동적이지 않은데 또 활동적이기도 하다. 3, 4일 집에 있으면 한 번씩은 밖에 나와야 한다. 생각 전환도 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봐야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 운동은 일주일에 2, 3번 정도 하고 친구들과 야외에도 많이 간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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