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① 미친 디테일·쿠키음악까지, 빈틈없이 재밌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상업 영화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 '재미'가 100% 보장된다. 미쳤다 싶은 디테일에 몰입도를 높이는 각 인물의 서사와 변화, 긴장감을 높이는 분위기와 반전까지, 무엇 하나 빠짐없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채비를 마쳤다.

9일부터 관객들을 만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새롭게 각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거대한 지진이 모든 콘크리트를 휩쓸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팎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각기 다른 심리와 관계성을 탄탄하게 그려냈다.

이병헌이 외부인들로부터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 역을, 박서준이 아파트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민성' 역을, 박보영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은 '명화' 역을 연기했다. 여기에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합세해 극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관객들을 이입시키는 인물, 예측 불가의 스토리에 신경을 썼다"라고 밝힌 엄태화 감독의 말처럼 재난 이후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관계성과 심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강력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그간 봐왔던 재난영화의 전형을 완전히 벗어나 인간의 다양한 선택과 갈등을 팽팽한 긴장감과 블랙코미디적인 유머로 그려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발전되는 과정을 담은 오프닝을 시작으로 놀라운 재난의 현장이 펼쳐진다. 모든 것이 무너진 처참한 광경 속 우뚝 서 있는 황궁 아파트는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2년여의 시간을 들인 CG 작업을 통해 대지진 이후 서울과 황궁 아파트의 모습을 생생하게 펼쳐낸 엄태화 감독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무려 5개월의 제작 기간을 들여 만든 실제 아파트 3층 규모의 초대형 오픈 세트는 극에 현실감을 더하며 아파트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폭염의 날씨에 촬영을 했음에도 한겨울 속 극한의 생존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완벽하게 구현한 것도 놀랍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인물의 심리에 따라 변화되는 색감의 차이,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음악까지,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려 한 각고의 노력이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엄태화 감독은 '쿠키 음악'을 꼭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음악을 통해 더욱 집중도를 높이고 싶었다는 엄태화 감독은 박지후가 부른 '아파트'가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것에 대해 "영탁이 부르는 '아파트'와 다른 효과를 주고 싶었다. 감정을 잘 유지하고자 넣은 것이기 때문에, 그 음악을 잘 들으면 영화를 끝까지 제대로 본 것이란 생각이 들 것"이라고 전했다.

스릴과 반전, 스토리의 재미, 배우들의 열연, 놀라운 스케일, 그리고 탁월한 음악까지 빈틈없이 꽉 찬 만큼 올여름 꼭 극장에서 봐야 할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8월 9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