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② 이병헌, 티켓값 아깝지 않다…'끝장나는' 연기 파티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역시 이병헌이다. 반박불가 연기神 이병헌의 신들린 연기 향연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이병헌의 연기 하나만 놓고 봐도 절대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9일 개봉된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새롭게 각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거대한 지진이 모든 콘크리트를 휩쓸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팎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각기 다른 심리와 관계성을 탄탄하게 그려냈다.

이병헌이 외부인들로부터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 역을, 박서준이 아파트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민성' 역을, 박보영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은 '명화' 역을 연기했다. 여기에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합세해 극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이병헌은 첫 등장부터 강렬하다. M자 머리에 얼굴에 흑칠을 한 영탁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 어느새 주민들을 이끄는 리더가 된다. 조금씩 커지는 영향력처럼, 그의 헤어스타일에도 미세하게 변화가 생긴다. 이 같은 외형은 물론이고 눈빛과 표정만으로 영탁을 소름 끼치게 연기해낸 이병헌은 매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신들린 연기력과 막강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낮게 깔린 목소리, 돌변하는 눈빛으로 장르를 한순간에 스릴러로 만들고 광기에 휩싸여 폭주할 때는 숨 막히는 긴장감과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 몸 사리지 않는 액션과 탁월한 유머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꽉 움켜쥔다. 이병헌이기에 가능한 영탁이자, 언제 봐도 놀랍고 경이로운 연기력이다.

이에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박보영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병헌의 연기가 너무 완벽해서 연기적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는 것. 상대 배우까지 압도해버리는 이병헌에 대해 엄태화 감독은 "이병헌 배우에게 놀란 순간이 정말 많았다"라고 하며 어렵게 두 장면을 꼽았다.

첫 번째는 광기를 드러내는 회상신으로, 엄태화 감독도 빠져들어서 모니터했었다고.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병헌 배우의 얼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병헌 배우 역시 처음 보는 얼굴이라고 했고, 이병헌 배우와 같이 작업을 많이 한 분장 감독님도 '이건 처음 봤다'라고 하더라"라고 감탄했다.

두 번째는 영탁의 변화가 표현되는 장면으로, 이병헌의 제안으로 추가가 된 컷이라고 한다. 민성의 회상신이 끝나고 아파트를 돌아보는 영탁이 결심하는 듯한 표정을 하면 그 인물이 더 풍성하게 그려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엄태화 감독은 "초반엔 어리바리하기도 하고 주눅 들어있던 인물이 후반부에는 광기에 미쳐 날뛰는 톤이다. 이걸 어떻게 연결시키지 하는데 그 장면을 찍던 날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병헌 배우가 안면근육을 움직이는 연기를 하더라. 눈 밑이 떨리면서 눈빛으로 결심을 하는 느낌을 준다. 에너지가 응축되면서 텐션을 만들어줬다. 대사 한마디 없이 얼굴만으로도 설득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시네마틱한 순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외에도 이병헌은 장면마다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입이 떡 벌어지는 '연기 대잔치'를 펼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또 한 번 입증된 연기 장인, 이병헌의 저력이다.

8월 9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