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선선함이 느껴지는 요즘 올 폭염을 함께 이겨 냈던 쇼츠(shorts), 민소매 셔츠(sleeveless shirts), 크롭탑(cropped tops) 같은 여름옷들이 하나씩 옷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다. 많은 브랜드들은 가을 트렌드를 예측하거나 혹은 새로운 트렌드의 반란을 위해 앞 다퉈 가을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올 가을 트렌드는 조용한 럭셔리 룩(old money look)과 강렬한 레트 컬러로 예측된다. 더운 여름과 함께 노출을 감행하면서 사실상 런웨이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하의 실종(pantsless), 마이크로 브라(micro bra) 등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가장 인기를 끌었던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를 통해 대유행했던 로라이즈 진(low rise jeans)이 있다. 패션은 순환적인 특성이 있기에 밑위가 짧아 배 밑 부분을 드러낸 로우 라이즈 진이 유행을 반복했다면 올 가을을 위한 진은 가슴과 복부 사이인 미드리프(mid riff)를 들어 낼 수 있는 하이 웨이스트 진(high-waist jeans)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낙엽이 지는 가을을 위한 컬러는 강렬한 레드, 클래식한 레드인 버건디(burgundy), 사계절 한결 같이 트랜디한 올 블랙 혹은 블랙 앤 화이트가 유행을 끊임없이 이어 나갈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활기를 불어 넣고, 긴장감을 높여 스포츠 팀의 유니폼으로 많이 사용되는 레드 컬러는 여성이 입었을 때 남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서 인지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한 레드 드레스 하나 정도는 늘 옷장에 대기하고 있다.
쨍쨍한 레드 컬러가 다소 부담스럽다면 은근하면서 잔잔한 레드인 버건디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다. burgundy는 레드와인 생산지였던 프랑스의 부르고뉴(Bourgogne)라는 지역 명에서 유래한 단어로 레드 와인과 같은 깊이 있는 퍼블 레드색을 띈다.
은근한 멋을 위한 룩은 단연 올드머니 룩이다. 스텔스 룩(stealth look), 조용한 패션(quiet fashion), 로고리스(logoless), logo free(로고 프리)와 같이 조용한 럭셔리 룩을 일컫는 표현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올 가을 역시 조용한 럭셔리 룩이 대세일 듯 하다. 올드 머니 룩을 위한 아이템 중 오버 사이즈 재킷(oversized jacket)과 패션 스테이먼트(fashion statement)로 포인트를 주는 액세서리는 가을 패션을 위한 필사템이고 할 수 있다.
긴 추석 연휴 동안 옷장 정리를 하며 나의 가을 패션의 반란을 조용히 준비해 보자.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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