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조이人] "괜찮은 사람 되고파" 김정현, '비밀'로 또 이뤄낸 새 발견


(인터뷰)배우 김정현, 영화 '비밀' 강력반 형사 동근 役 강렬 열연
첫 형사 연기, 10kg 증량…"연기 만족 절대 없다, 늘 고민하고 갈증"
사생활 이슈 공백기 후 "영향 없다면 거짓말, 무슨 배역이든 도전하고 싶어"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연기 잘하는 배우' 김정현이 '비밀'로 돌아왔다. 사생활 이슈로 인해 잠시 활동 중단을 한 후 쉼을 가지기도 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커졌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다졌다.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는 김정현의 한층 밝아진 분위기는 앞으로 그가 그려갈 연기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지난 13일 개봉된 '비밀'(감독 임경호, 소준범)은 잔혹하게 살해된 사체에서 10년 전 자살한 영훈(윤동원 분)의 일기가 발견되고, 그 이면을 파헤치던 강력반 형사 동근(김정현 분)이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추적 스릴러다.

배우 김정현이 영화 '비밀'(감독 임경호·소준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영훈의 과거를 뒤따라가며 학폭, 군대 내 가혹행위, 물질만능주의 등 사회적 문제를 꼬집고 묵직한 질문과 여운을 던진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피해자가 결국엔 가해자였고 방관자 역시 해당 사건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충격 반전을 담았다.

김정현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며 괴로워하는 강력반 형사 동근을 섬세한 연기로 소화해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일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감정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보니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도, 김정현은 흔들림 없이 극의 중심을 꽉 잡아주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다음은 김정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2년 만에 본 건데 감독님들이 잘 만드셨더라. 23회차 타이트하게 찍었는데, 완성도 높이려 노력을 하신 것이 보였다. 하지만 제 연기를 보는 건 힘들고 아쉽다. 다른 분들이 잘 해주셨고, 생각할 거리가 있어서 좋았다."

- 원래 본인 연기 보는 걸 힘들어하는 편인가?

"평소 그런 편이다. 드라마 할 때도 모니터링을 거의 안 한다. 한 회를 찍는 중 한 번 볼까 말까 한다. 내부에서 좋다고 하면 '누가 흠을 잡고 비판할 수 있나'라는 생각에 보여달라고 하긴 한다. 제 연기보다는 다른 분들이 어떻게 연기했는지 흐름이 어떤지 궁금해서 본다."

- 감독님이 두 분인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

"임경호 감독님은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엄마 같은 느낌이고, 소준범 감독님은 모니터에서 잘 안 나온다. 기능적 체크를 하신다. 임 감독님이 조연출을 오래 하셨고 '입봉하면 도와줄게'라는 약속을 끌어모아 고급 인력을 다 모으셨더라. 어렵게 개봉을 하게 됐다."

배우 김정현이 영화 '비밀'(감독 임경호·소준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사 중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는데, 예전부터 좋아하던 말이다. 좌우명까지는 아니지만 수첩 이벤트 문구로 적어서 팬들에게 선물한 적도 있다. 그 문장을 보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몰입도 있게 봤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형사 역할은 처음인 걸로 아는데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했나?

"처음 설정은 에이스 형사였다. 그런데 그런 단서가 전혀 없다. 에이스라고 생각하고 연기해달라고 하셔서 날렵하게 살을 빼서 예민한 느낌으로 연기를 할까 싶었다. 그래서 살을 빼고 있었는데 리딩을 갔더니 형사팀 전부 다 마른 거다. 이렇게 다 마른 사람을 캐스팅하고 제가 살을 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반대로 살을 찌우겠다고 했다. 그래서 10kg 증량했다. 또 분장 톤도 어둡게 했다. 주근깨도 만들고 수염도 길렀다. 분장하고 나서 너무 어둡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멋이야'라고 하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보시곤 '얼굴이 왜 그러냐'라고 하셨다. 그래서 화장실 첫 촬영을 하고 난 후 톤업을 했다."

- 군 가혹행위나 학폭 같은 현 상황에서도 문제가 되는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려되는 지점이 있었나?

"제가 생각했을 때 폭력적인 것이 걱정됐다. 요즘 OTT뿐만 아니라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잔혹성이 드러난다. 그래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큰 화면으로 보니까 폭력적이고 센 것 같더라. 그래서 불편하기도 하더라. 청소년 관람 불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셨을 텐데, 시나리오 안에서 보여주는 건 잔혹성이 아니라 그 일들이 일어나게 만든 것들, 또 그 일들이 미치는 영향과 결과에 대한 것이다. 걱정됐지만 타협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 다만 연기를 할 때 동근은 개인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사명감과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게 들어갔다면 캐릭터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 후반 오열신이 정말 중요한 장면이다 보니 연기할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저도 길해연 선배님도 고민했던 장면인데, 선배님과 저는 동근이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인을 알고도 온다. 인간적인 선택은 도망가는 건데, 비인간적인 선택을 각오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선배님이 그걸 예쁘게 봐주셨다. 그날 새벽 촬영이라 피곤하셨을텐데도 내색없이 잘 이끌어주셔서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칭찬도 해주시고, 정말 감사하게 수월하게 찍었다."

배우 김정현이 영화 '비밀'(감독 임경호, 소준범)에서 동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영화특별시SMC]

- '속죄'라는 키워드를 가진 영화인데, 엔딩 이후 동근은 어떻게 살아갈지도 생각해봤나?

"동근이는 결국 용서를 구할 데가 없어졌다. 속죄는 그 뒤의 삶이다. 그래서 엔딩을 여러 버전으로 많이 찍었다.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물음표였는데, 감독님들은 이 엔딩이 좋으셨나 보다. 그래서 '비밀' 시즌2를 찍자고 하시더라. 이게 시사회 후 3일 뒤였다. 어떻게 시즌2가 나오겠냐는 말을 하고 일주일 뒤에 만났는데 이번엔 프리퀄을 하자시더라. 동근이가 수사를 그렇게 할 수 있는 에너지로 속죄를 넣자며 시리즈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일단 생각해보라는 얘기를 나눴다. 감독님들은 그런 바람, 갈증이 있으신 것 같다."

- 영화를 보고 만족스럽다고 했던 장면이 있나?

"100% 만족은 없다. '거지 같이 연기했는데 편집을 잘해주셨다'라는 생각은 한 적이 있지만, 제 연기가 훌륭했다고 하는 건 '비밀' 뿐만 아니라 연기를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없다."

- 내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기할 때 괴롭지 않나?

"연기하는 건 재미있다. 하지만 만족도 면에서는 많이 먼 것 같다. 당연히 완성도가 있어야 하고, 한번 지나가 버리면 끝이다. 그래서 힘들지언정 붙잡고 가야 하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 연기 좋다', '이번엔 잘했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별로일 것 같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데 내가 내 연기에 대해 만족하는 건 정말 별로다. 그래서 팬들과 주변에서 연기 잘했다고 해주시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저는 이렇게 고민하고 갈증을 느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평생 만족 안 하고 살고 싶다.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 그렇다면 연기를 할 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주변에서 좋다고 해주시는 것인 것 같다. 공연할 때도 그렇고 '초인'으로 데뷔한 후 GV를 했을 때 어떤 분이 많이 우시면서 얘기를 해주시더라. 어머니가 아프다고 하시면서 우시길래 안아드렸다. 또 편지로도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이후에도 '초인' 때 그런 얘기를 해줘서 고마웠다는 얘기도 나눈다. 그렇게 원동력을 얻는다. 그렇게 갈망하고 갈증을 느끼며 연기한 것을 본 분들의 삶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게 제가 배우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제 연기를 보고 위로를 받았다고 했을 때 거기서 완성이 된다."

- '초인'을 시작으로 '질투의 화신', '학교2017', '으라차차 와이키키', '사랑의 불시착'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오가는 스펙트럼 넓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비밀' 역시 깊이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배우로서 어떤 의미로 남았을지 궁금하다.

"제 필모그래피에 이런 캐릭터가 없다. 겹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모습의 연기도 하는구나', '이런 모습이 있는 배우구나'라고 발견이 되면 감사할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배우 김정현이 영화 '비밀'(감독 임경호·소준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 그렇다면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너무 많다. 애절하고 처절한 것도 해보고 싶고, 피도 눈물도 없는 것도 해보고 싶다. 그런 필모그래피가 아직 없다. 새로운 것을 해보면 원동력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저를 지켜봐 준 팬들에게 '다른 결의 캐릭터에서 김정현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라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싶다."

- '초인', '질투의 화신' 등 신인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 왔다. 시간이 흘러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어떤가?

"그때 반짝임이 있었다. '초인' 개봉한 후 조감독님이 '질투의 화신'에 추천해주셨다. 촬영 2주 남은 때라 타이트했는데, 오디션 봤던 대본에 웃통과 바지를 벗는 것이 있었다. 오디션에 가서 다 했다. 제가 바지까지 벗으니 그만하라고 하시더라. 그때 입은 옷이 치열이 속옷이다. 저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박신우 감독님이 '깡이 있네, 귀엽더라'라며 예쁘게 봐주셨다. 지금도 저는 오디션을 보고 싶고, 무슨 배역이 있든 할 수 있다고 보여주며 도전하고 싶다. 그만큼 연기가 재미있다. 제 연기에 만족하지 않고 즐거운 일을 하면서 계속 발전해가고 싶은 열망이다. 또 '작품을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 '당신 덕분에 즐거웠다'라는 얘기를 해주시면 기쁘다. 되돌아보면 그런 시간이 많았는데,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 최근 사생활 이슈로 인해 한동안 활동을 쉬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연기 열정에 불을 지피는 이유가 되기도 했나?

"아주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살면서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또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다. 그래서 새로운 모습을 찾는 것 같다. 당연하게 발전해야 하고, 머물러 있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좀 더 나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인간 김정현으로서 더 발전해야 한다. 망각하지 않고 다 기억하면서 오래오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알려달라.

"연기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건강하게 즐겁게 작업해서 인사드리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조이人] "괜찮은 사람 되고파" 김정현, '비밀'로 또 이뤄낸 새 발견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