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작은 꼬마아이가 제 몸집만 한 일렉기타를 어깨에 메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기타줄을 튕긴다. 소년은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신나게 드럼스틱을 두드리고, 수줍음 가득한 소녀는 용기를 내어 소리 높여 노래한다.
"Yes, They Do!"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외침과 함께 막이 오른다. 그의 말처럼, 무대 위 12인의 영캐스트들은 모든 것을 직접 해낸다. 노래와 연기는 기본, 연주까지 100% 라이브다. 평균나이 12.5세의 꼬마 연기자들은 익숙한 솜씨로 일렉기타, 드럼, 키보드, 베이스를 소화한다. 이들은 대부분 5~6세부터 악기를 시작하고, 밴드 활동을 해 온 '리틀 빅 아티스트'다.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을 선보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을 무대에 올린 것. 그리고 이 작품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또다른 인생작이 됐다.
'스쿨 오브 락'은 200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실패한 로커 듀이가 우연히 한 명문 초등학교에 임시교사로 근무하고, 학생들과 록밴드를 결성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가 주요 골자다.
영화 속 잭 블랙의 활약상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뮤지컬 속 듀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을 터. 하지만 듀이 핀 역의 코너 글룰리는 염려와 걱정을 단숨에 지운다. 폭발적인 에너지 속에 무대를 말 그대로 종횡무진한다. 꼬마 배우들을 격려하며 이끄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160분간 펼쳐지는 듀이의 원맨쇼에 관객들은 뜨겁게 환호한다.
여기에 영 캐스트들의 활약이 더해진다. 객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어린이 관객들은 소년소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그리고 라이브 연주에 흠뻑 빠져든다. 언어의 장벽마저 깨트린 작품의 힘, 그리고 음악의 힘이다. 객석에선 묵직하고 엄숙한 공연 문화를 깨고 틈틈이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온다.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 소리마저도 공연의 일부인 양 자연스럽다.
작품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부모(더 정확히는 아빠), 그리고 가족간 소통의 부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황금별' 따기에 급급했던 모범생들은 음악을 통해 한층 성장하고 성숙해져간다. 그리고 자신도 차마 알지 못했던 스스로의 재능을 찾아간다. 특히 12명의 영캐스트가 함께 외치는 'Stick it to the Man(권력자에 맞서라)'은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음악으로 변화하는 건 비단 아이들 만은 아니다. 극중 깐깐하고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교장선생님 로잘린 멀린스는 듀이를 통해 스스로의 틀을 깨고 화려하게 비상한다. 그가 부르는 'Queen of the Night(밤의 여왕 아리아)'는 로잘린의 인생 2막을 기대하게 만든다.
작품에서는 록 스피릿 가득한 'Stick it to the Man'을 비롯해 'You're in the Band', 발라드 'Where Did the Rock go?', 그리고 오페라 '마술피리'의 넘버인 'Queen of the Night'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기사식당' '김밥천국' 'BTS' 등 한국 관객들을 배려한 대사 역시 인상적이다.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는 3월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부산 공연은 4월 드림씨어터에서 개막 예정이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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