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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패션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전 지미 키멜(Jimmy Kimmel)의 사회로 생중계되었다. 총 13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된 '오펜하이머(Oppenheimer)'가 7개의 오스카 상을 차지하며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시상식이기에 순발력 있는 연출과 배우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를 탔다. 여기에 레드 카펫(red carpet)을 밟는 배우들의 화려하면서도 각자 개성을 잘 살린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레드카펫의 유래는 기원전 4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킬로의 희곡(Aeschylus's play) '아카멤논(Agamemnon)'에서 그리스 왕 아가멤논이 집으로 돌아올 아내인 클라이테메스트라(Clytemnestra)를 위해 붉은 색의 길을 깔아 준 데서 유래되었다. 이러한 유래가 현대로 넘어오면서 1902년 뉴욕 중앙 철도(NewYork Central Railroad)가 호화로운 20세기 리미티드 기차(20th Century Limited train)에 탑승하는 승객을 위해 레드 카펫을 사용하였으며 그 후로 VIP를 대우한다는 뜻을 이어갔다. 컬러TV가 대중화된 이후 할리우드가 1966년 시상식부터 레드 카펫으로 배우들의 화려한 등장을 연출하면서 각종 시상식에서 레드카펫은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엠마스톤 [사진=엠마스톤 인스타그램]
엠마스톤 [사진=엠마스톤 인스타그램]

레드카펫을 밟으며 등장한 배우들 중 엠마 스톤(Emma Stone),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의 의상이 단연 돋보였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Poor Things'의 엠마 스톤은 밝은 파스텔 톤에 끈이 없는(strapless)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았다. 상의와 허리 부분이 퍼지면서 넓게 디자인된 프릴 페플럼(ruffled peplum)이 귀여움과 우아함을 동시에 연출하였다. 기둥 모양(column-shaped)의 스커트 라인과 뒤를 짧게 연결한 트레인(train)부분이 다른 여배우들의 드레스보다 다소 심플하지만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은근한 세련미를 연출했다.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의 무대를 보다가 드레스 뒷부분이 뜯어졌다고 웃다가 울먹이는 그녀의 수상 소감은 보는 이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생방송의 묘미였다.

플러스 3법칙(Plus-3 Rule)이란 룩에 세 가지 요소를 추가 하여 의상을 한층 업그레이드 하는 연출법이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클래식한 블랙 슈트는 세 가지의 fashion statement에 포인트를 주며 플러스 3법칙을 가장 잘 보여준 의상이었다. 첫 번째, 가는 금속 프레임(thin metallic framed)을 한 레트로 풍의 안경, 두 번째, 서부 카우보이들이 즐겨 맺던 볼로 타이(Bolo tie)처럼 보이나 로버트가 맨 장식은 검은색 끈으로 굵은 매듭(knot)을 한 목걸이 장식, 세 번째는 블랙 실크 노치드 라펠(notched lapel)에 꽂은 흰색 브로치(brooch)가 클래식하면서 세련된 로다주 다운 블랙 슈트의 멋을 뿜어냈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은 밑부분이 넓어지는 플래어 팬츠(flared pants)였다. 한국어는 소시지 바지(jogger pants), 건빵 바지(cargo pants), 뽀빠이 바지(overalls), 나팔 바지(flared pants)와 같이 생긴 모양을 팬츠 명칭으로 사용하는 정감 있는 명칭들이 많지만 영어는 디자인과 유래가 팬츠 이름에 사용됨을 알 수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OCN 캡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OCN 캡쳐]

이외에도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실시간으로 단 악평을 진행자 지미가 휴대폰을 보고 읽은 후 "Thank you for watching. I'm surprised you're still up - isn't it past your jail time?(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안 자고 계시다니 놀랍네요. 벌써 교도소 시간(취침 시간)이 지나지 않았나요?)"라는 농담으로 응대하는 진행자의 모습은 미국 시상식이라 가능한 장면이었다. 이는 한국시간으로는 오전이지만 미국 현지 시간으로 10일 밤이었기에 가능한 농담이었다. 또한 1974년 생방송 중 알몸으로 무대에 난입한 방송 사고를 재연한 프로 레슬러 출신의 존 시나(John Cena)가 주요 부위만 수상자 발표 봉투로 가린 모습 역시 미국 방송이기에 가능한 장면으로 생방송의 묘미와 즐거움을 선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전하고자 하는 배우들의 메시지까지 보고 들을 수 있는 시상식이었다.

시상식이 끝나갈 무렵 작고한 영화인을 기리는 스크린에는 故 이선균의 모습까지 볼 수 있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고령의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스티븐 스필버그, 배우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를 보면서 화려한 의상을 입지 않아도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aura)와 화려함은 아마도 감독, 배우로써 쌓아 올린 연출과 연기 뿐만 아니라 영화인으로 밟아온 긴 레드 카펫이 길게 이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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