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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④ 장재현 감독 "최민식 오열 편집 아쉬워, 인생 후유증 극복 엔딩"


장재현 감독x최민식, '파묘' GV 개최 "많은 사랑 감사, 더 잘 만들겠다"
"사무라이 다큐 보며 분노, 쇠말뚝 상징화해서 뽑아 없애고 싶었다"
"최민식, 시대를 대표하는 아버지…형사물 함께 해보고 싶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또 한번 강렬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 최민식과 관객들을 만났다. 1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쏟아진 질문에 알찬 대답을 전하는 동시에 뜨거운 사랑에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깊어지는 '파묘'의 재미는 장재현 감독의 엄청난 노력과 열정,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있어서 가능했고, 그래서 이 같은 폭발적인 흥행이 이뤄질 수 있었음을 새삼 또 느끼게 된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진행된 영화 '파묘' 사용설명서 GV에는 장재현 감독, 배우 최민식이 참석했다.

장재현 감독과 배우 김고은이 영화 '파묘' 현장에서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지난 20일까지 누적 관객수 952만 명을 넘어서며 천만 영화 등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최민식은 베테랑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아 화림 역 김고은, 영근 역 유해진, 봉길 역 이도현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날 장재현 감독은 "이번엔 유독 관객들을 만나고 싶었다. 영화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라며 "최민식 선배님을 알게 된 지 오래됐는데, 세월을 함께 보내며 인간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계기가 된 뜻깊은 영화다. 예상보다 더 많이 사랑을 받아서 요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과정도 의미 있었고, 이렇게 많은 사랑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힘 받아서 좋은 작품 또 만들겠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장재현 감독이 관객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대살굿에서 돼지띠 인부가 나오고 돼지를 칼로 친다. 이후 오니가 돼지를 공격하는데, 대살굿의 영향인가? 계속 돼지로 연결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살굿 돼지와 뒤의 돼지는 상관이 없다. 서양과 동양에서 제물로 바치는 동물이 있는데 서양은 염소고 동양은 돼지다. 영적으로 맨 밑에 있는 동물인 거고, 호랑이는 꼭대기에 있다. 종교마다 다르겠지만, 동양에선 그렇게 해석해서 돼지를 재물로 많이 쓴다. 대살굿은 실제 돼지를 많이 쓴다. 인부와 연결해서 돼지띠 일꾼으로 했고, 봉길이는 닭띠라 닭을 준비했다. 범띠였으면 큰일 날 뻔했는데 다행히 닭띠다. 오니가 돼지를 습격하는 건 장소의 편의다. 만약 소 축사였다면 소가 됐을 건데 돼지 축사라 제작비를 아꼈다."

백은하 소장, 장재현 감독, 배우 최민식이 영화 '파묘' GV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엔딩의 결혼식 전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화림은 굿을 하다가 환영을 보고 영근은 환청을 듣는다. 연출의 의도는?

"이들은 소시민적인 영웅이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직업이고 사명을 가졌다. 이들이 일련의 일을 겪으며 후유증을 떠맡았다는 개념이다. 사실 일이 이들의 인생이다. 인생에 후유증으로 남았지만, 중요한 건 이걸 이겨내고 살아간다는 것으로 그리고 싶었다."

- 화림이 영근의 가게를 찾아가 "송이 냄새가 서울까지 올라온다"라고 하는데 장소를 어디로 설정했나?

"동대문에서 찍었고, 설정은 경기도 외곽이다. 지방은 좀 못 나가는 분들이란 생각이 들 것 같아서 경기도로 설정했다."

- 겁에 질린 최민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면 겁에 질린 얼굴이 없다. 300척의 왜 군함이 밀려와도 눈 깜짝 안 하고 사람을 썰어도 안 그런다. 이 영화를 쓸 때 많았던 지문이 '겁에 지려서 본다'다. 그런 얼굴이 작품에 없어서 순수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두 번째는 도깨비가 관에서 나오는 말이 안 되는 영화다. 도깨비가 나왔을 때, 선배님이 이걸 해야 발이 땅에 붙은 영화가 될 수 있다."

장재현 감독과 배우 유해진이 영화 '파묘'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극 초반 틀니 에피소드는 장재현 감독 본인의 이야기라고 들었다.

"할머니가 저를 키웠다. 25살 대학 다닐 때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 집에 왔다. 할머니가 주무시다 돌아가셔서 틀니를 빼놓으셨다. 그걸 휴지로 싸서 가지고 있었다. 기일에 산소에 모였는데 친척 중에 무속인이 있었다. 몇 년 만에 본 건데 저에게 틀니 가지고 있냐고 하더라. 그래서 그걸 태워서 공양했다. 영화에선 제일 개구쟁이 같은 아이를 캐스팅했다. 선배님이 퉁명스럽게 잘 살려주셔서 재미있는 오프닝이 됐다."

- 쇠말뚝을 뽑는 행위를 통해 어떤 개념, 의미를 전하고 싶었나?

"이 영화에선 쇠말뚝이 나오면 안 될 것 같았다. 그게 실존하는지 아닌지를 장담할 수가 없다. 쇠말뚝보다는 그것을 뽑는 사람의 노력이 중요하다.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사무라이 관련 6부작 다큐를 봤다. 4회에 임진왜란이 5분 정도 나온다. 멋있게 봤던 사무라이가 조선으로 넘어와 사람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더라. 그때 다큐를 껐다. 분노가 치밀었다. 이순신 장군이 지켜주셨지만, 무기도 없던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 땅에 두려움이 남아있을 것 같았다. 쇠말뚝을 상징화해서 뽑고 없애고 싶었다. 살풀이다. 그래서 진짜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응어리를 꺼내고 싶었다."

- 다른 버전의 엔딩이 있었다고 들었다.

"상덕이 오니를 곡괭이로 죽이고, 단기 기억 상실증이 생긴다. 회복은 했는데 기억이 안 나고, 쇠말뚝을 찾고 있던 것만 기억하는 거다. 그래서 나머지 사람들을 다 불러서 쇠말뚝을 찾으라고 한다. 다시 땅을 파고, 영근은 금속탐지기로도 찾는다. 그래도 못 찾고 결혼식으로 가는 장면이 있었다. 그거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지금처럼 찍게 됐다. 이제 와서 고백하는데 상덕에 (아버지)라고 적었다. 풍수사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버지 느낌이 컸다. 이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준다. 그런 아버지의 이미지로 유일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 김고은, 이도현, 최민식, 유해진이 이 영화 '파묘' 촬영에서 호흡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화림의 피 묻은 손이 반복적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영화적 문법으로 신발을 찍을 때는 존재적인 의미가 내포되고 손을 보는 건 내가 저지른 일, 우리가 한 일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상징이다. 화림이가 봉길이 다쳤을 때 묻은 피를 보면서 "내가 도망갔다"라고 얘기한다. "얘는 나를 믿고 따라왔는데 나는 도망갔다"라며 죄책감을 느낀다. 상덕이 수술받을 때 손을 볼 때는 "이 일로 인해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다쳤다"라고 한다. 우리가 한 일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서 손으로 시작했다."

- 상덕의 호는 '호안', 호랑이의 눈인데 최민식 배우에게서 호랑이의 눈을 발견한 순간은 언제인가?

"제가 좋아하는 연기는 처음 와서 무덤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그때 얼굴이 좋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생각하는 거지?'라며 매달릴 수밖에 없는 표정이다. 관객이든 옆에 있는 사람이든, 다 빨아들인다. 그래서 좋아한다. 또 밥차에 달걀프라이가 나왔을 때 호랑이의 눈으로 변한다.(웃음)"

- 캐릭터들이 타고 다니는 차도 특징이 있는데 어떤 의미로 선택했나?

"차를 선택할 때는 캐릭터가 묻어나기 때문에 조심한다. 박지용(김재철 분)은 한국 와서 렌트를 할 때 뭘 선택할까 생각했다. MZ 무당과 상덕이 타고 다니는 차는 색깔도 중요했다. 상덕의 차 연식이 가장 오래 됐다. 그냥 은색도 아니고 누런 은색이다. 그 색이 주는 꼰대스러움이 있다. 또 화림은 흰색 고급 차다. 있는 사람들은 흰 차를 여러 대 가지고 있고, 까만색 고급 차는 그거 한 대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했다."

배우 최민식이 영화 '파묘'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절에서 자고 있던 장면에서 문에 가까운 건 봉길인데 영근이 먼저 가위에 눌린다. 상덕은 멀쩡히 잔다. 기의 차이인 건가?

"그때 한 신이 없어졌다. 상덕이 자기 전에 벽에 호랑이 족자를 멀뚱히 보다가 잠이 든다. 그래서 그 위치가 됐다. 족자는 너무 설명적이라 넣지 않았다. 원래는 봉길이만 가위에 눌리는 거였다. 유해진 배우가 멋진 배우다. 카메라가 훑어서 봉길까지 가는데 지루하니까 자기도 중간에 30% 정도는 영향을 받을 것 같다며 그렇게 멋진 장면을 만들어준 거다. 재미있게 잘해주셨다. 그리고 그 신 찍을 때 민식 선배님은 진짜 주무셨다."

- 이주 노동자와 보살님이 당하는데, 누가 더 불쌍하다고 생각하나?

"원래는 이주 노동자가 한 신이 더 있었다. 보국사 갈 때 상덕이 스쳐 지나가는 인물로 찍었다. 시간을 줄이다 보니 빼게 됐는데 둘 다 불쌍하다. 또 보살님이 죽은 다음 날 경찰이 모여있을 때 상덕이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다. 영화를 콤팩트하게 만들고자 뉴스 하나로 처리했다. 이게 후반을 달려가는 엔진 중 하나인데 편집을 해서 캐릭터로는 아쉽다."

- 앞으로 최민식 배우와의 작업을 또 볼 수 있을까?

"선배님과 형사물을 찍어보고 싶다. 은근히 형사 역할을 안 했다. '신세계'도 경찰이긴 하지만 좀 애매했다. 형사물을 해보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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