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2024년 연예계는 사건·사고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졌다. 각 분야별로 의미 깊은 뉴스도 많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바람잘 날 없었다.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안팎을 뜨겁게 달궜고, 음주운전 등 구설수에 휘말린 스타들이 실망을 자아냈다. 열애와 결혼으로 행복에 젖은 스타들도, 결별과 이혼으로 홍역을 치른 스타들도 많았다. 도 넘은 사생활 폭로전과 성추문 스캔들은 충격과 피로감을 안겼다. 안방극장엔 달달한 로맨스로 훈풍이 불었고 극장가에는 천만 영화들이 탄생했다. 올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계 뉴스를 짚어봤다.[편집자주]
2024년 상반기를 뒤집어 놓은 연예계 사건에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이 갈등을 꼽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2019년 7월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아이돌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민희진 대표가 합류한 지 약 5년만에 발생한 균열이었다.
◇하이브 "민희진, 경영권 탈취 시도" VS 어도어 "방시혁, 뉴진스 베낀게 문제"
하이브는 지난 4월 22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임원 A씨 등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며 감사권을 발동했다고 알렸다. 당시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이 대외비인 계약서 내용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매도하도록 유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알렸다.
이와 동시에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회를 상대로 경영권 탈취 시도 정황을 묻기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도 발송했다.
하지만 민희진 대표 측은 즉각 반박했다. 민희진 대표가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판단에 문제 제기를 하자, 하이브가 갑작스럽게 민희진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는 것.
하이브는 어도어 내부 자료에서 경영권 확보 방법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를 발견했다고 밝혔고, 어도어 측은 하이브가 어도어의 80%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경영권 탈취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하이브는 주가 폭락을 거쳐 22일(7497억원)과 23일(1041억원) 양일간 시총 8538억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 민희진, 희대의 기자회견
논란이 커지자 민희진 대표는 25일 서울 모처에서 1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희진 대표는 △경영권 탈취 발언은 단순 농담이었으며 △뉴진스를 성공시킨 뒤에도 금전적 보상이 적었고 △내부고발 메일에 답변 없이 감사가 들어왔으며 △정보자산 반납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또 △주주간계약상 경업금지 조항으로 인해 노예계약을 맺고 있으며 △하이브가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도어 소속 뉴진스와 관련해서도 △하이브가 뉴진스를 '하이브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데뷔 시 뉴진스 홍보를 하지 말라고 했으며 △뉴진스 홍보에만 소홀하고 △뉴진스의 컴백 시기에 감사가 들어와 방해한다고 말해 논란을 더했다. 또 △경영 개입 논란에 휘말린 무속인은 단순 친구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지원 CEO(최고경영자)에 대해 이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방 의장이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고 말한 대화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또 민 대표는 하이브 내 멀티 레이블마다 개성이 달라야 하기 때문에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에서 손을 떼고 공정한 자율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오열과 욕설이 뒤섞이며 패러디가 나올 정도로 무수한 화제를 낳았다.
결국 하이브의 주가는 연일 폭락, 20만원선이 붕괴됐다.
◇ 하이브 "뉴진스 차별·민희진 노예계약 없다"
하이브 역시 민희진 대표의 주장에 반박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발언에 대해 "풋옵션 행사로 획득할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고, 행동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권리침해소송, 투자사, 여론전 등의 용어가 적시된 문건이 여러건 발견 됐다"고 주장했고, 뉴진스 성공 이후 막대한 주식 보상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민 대표가 주주간계약상 경업금지 조항으로 하이브에 영원히 묶어놨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하이브는 "경업금지는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뒤 동일한 업종에서 창업함으로써 부당한 경쟁상황을 막기 위해 매수자 측이 요구하는 조항이며 어느 업종에서나 흔히 있는 것"이라며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으며, 주식을 매각한다면 당사와 근속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는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진스가 하이브의 첫번째 걸그룹이 되지 못했다는 민 대표의 주장에 대해, 하이브는 "민 대표는 당시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팀을 만들 수 있기를 요청하면서, 본인의 별도 레이블에서 데뷔시키겠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를 분할하고 계약들을 이전하느라 뉴진스의 데뷔 일정은 하이브의 의도와 무관하게 지연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뉴진스의 컴백 시기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도 민희진 대표가 4월 여론전을 계획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 "피 튀기는 공방"…5월 이사회·주총 확정→민희진 가처분 신청
하이브는 4월 2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신동훈 VP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 심문기일을 통해 5월 10일 이사회 개최, 5월 말 주주총회 개최를 합의했다. 이후 5월 7일 민희진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해임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5월 17일 가처분 심문 기일 전까지 양측은 여론전을 이어갔다.
하이브는 어도어 스타일리스트 팀장의 인센티브를 두고 배임 횡령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고, 지난 14일에는 금융감독원에 풍문 유포와 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어도어 부대표에 대한 조사 요청 진정서를 제출했고, 민희진 대표 및 다른 어도어 경영진에 대해서도 조사 요청을 하기로 했다.
어도어는 하이브의 감사 과정이 매우 강압적인 협박에 의해 진행됐다고 주장했고, 하이브가 일반적인 관행에 이같이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또 그 과정에서 뉴진스 부모들이 민희진 대표와 합심해 보낸 메일도 공개됐다. 메일 내용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무시하는 등 홀대를 이어갔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하이브는 이를 두고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대립은 5월 17일 가처분 심문기일까지 이어졌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민 대표 해임 후 뉴진스 멤버들에게 긴 휴가를 줄 것이라 했다며 "민희진 해임은 뉴진스, 어도어, 민희진에게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민희진 대표가 측근에게 '뉴진스를 뒷바라지 하는 게 끔찍하다'고 멤버들을 비하했으며, 멤버들을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 주장했다. 또 뉴진스의 인터뷰에서도 대본에 벗어나지 않는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며 정신적 종속관계를 강조했으며 무속 경영으로 업무 수행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法 "민희진 해임하지 마라" 가처분 인용→민희진 "화해하자"
서울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되지만 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민희진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순 있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긴 어렵다"고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린 이유를 밝혔다.
결국 하이브는 31일 임시주총에서 민희진 대표를 해임하지 못했고, 어도어 이사 두 명은 해임됐다. 그리고 하이브 측이 추천한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사실상 '친 민희진' 인물들을 쳐내고 '친 하이브' 인물들을 채워넣어 '식물 대표'로 만들겠다는 의중이다.
임시주총이 열린 31일, 민희진 대표는 두 번째 기자회견을 급히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민 대표는 하이브에 화해 손길을 내밀었다. 민 대표는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 힐난과 비방이 지겹고 대중은 신물이 나 있다. 감정적인 부분을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경영자 마인드로 움직여야 한다"며 "(하이브와) 지긋지긋하게 싸웠다. 이젠 모두를 위한 챕터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브에 화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민희진 화해 신청에도…하이브, 소송전 이어간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의 화해 제안에 열흘 넘게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하이브 자회사 빌리프랩 등은 민희진 대표를 고소하며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양측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임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은 1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레이블의 신인그룹을 아류나 짝퉁으로 폄훼했다. 표절 논란 뿐 아니라 활동 방해와 같은 무리한 주장이 동반됐다"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 고소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이와 동시에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담은 영상도 추가 게재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민희진이 하이브에 표절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 행위 등을 어도어 배임 행위라 보기 어렵다. 대중 사이에서도 콘셉트, 안무, 의상이 유사하다는 의견이 있고, 민희진은 어도어의 핵심인 뉴진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부담한 것"이라 판단했고, "뉴진스에 대한 차별 대우 문제, 하이브의 소속 가수 음반 밀어내기 문제 등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빌리프랩의 무난한 낙승을 점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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