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제훈과 구교환의 뜨거운 에너지가 제대로 폭발했다. 이제훈은 처절하고, 구교환은 집요하다. 그 누구보다, 그 어떤 것보다 치열하게 질주하는 '탈주'다.
'탈주'(감독 이종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군부대.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은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북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철책 너머로의 탈주를 준비한다. 그러나 규남의 계획을 알아챈 하급병사 동혁(홍사빈)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고, 말리려던 규남까지 졸지에 탈주병으로 체포된다.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을 탈주병을 체포한 노력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사단장 직속보좌 자리까지 마련해주며 실적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규남이 본격적인 탈출을 감행하자 현상은 물러설 수 없는 추격을 시작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탈주하려는 규남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과연 '규남이 탈주에 성공할 것인가'가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이자, 규남과 함께 결말까지 달려가게 하는 궁금증이다. 그리고 규남의 탈주 과정을 더욱 쫄깃하고 긴박하게 만드는 인물이 현상이다. 현상은 규남을 챙기면서도 압박하고, 쫓으면서도 놓아주기도 하는 등 극 전반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하게 느껴지는 플롯임에도, 이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배우들의 시너지와 강약 조절이 명확한 연출의 힘이 돋보인다. 다만 규남의 전사는 짧은 회상장면이나 현상과의 대화로만 유추할 수 있을 뿐, 왜 규남이 목숨까지 걸고 남한으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규남을 추격하는 현상의 흔들리는 감정선이나 상황에 더 몰입하게 되다 보니, 후반 더 격해지는 규남의 생고생과는 별개로 맥이 풀리는 지점이 생기기도 한다.
규남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실패할 수 있는 자유', 행복 하고자 하는 꿈은 관객의 공감을 형성하는 지점이지만, 이 같은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은 너무 직설적이고 단순해 아쉬움이 남는다. 또 특별출연한 송강의 비주얼은 짧은 분량에도 눈이 정화되는 볼거리 중 하나지만, 설정만 놓고 봤을 땐 '웃참' 수준의 오글거림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훈은 규남을 위해 온몸을 불태웠다. 뛰고 구르고 물에 빠지고를 수없이 반복한다. 탄수화물을 끊고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았던 이제훈의 열정이 규남에게 고스란히 담겼다. 이제훈의 강력한 러브콜을 받았던 구교환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날 것의 연기로 매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다. 립밤을 바르던 첫 등장부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규남에게 총을 겨누던 모습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구교환' 이름값을 또다시 입증했다.
7월 3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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