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조이人]① '데뷔 20년' 윤하 "'사평선' 큰 사랑, 부채의식 속 영혼 갈아 컴백"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가수 윤하가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혜성같이 등장해 반짝이는 눈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던 소녀는 어느덧 우주와 지구를 유영하며 'Theory 3부작'을 열심히 갈아내는 '방망이 깎는 장인'으로 성장했다.

지난 1일 공개된 정규 앨범 'GROWTH THEORY' 타이틀곡 '태양물고기'는 윤하의 취향이 물씬 느껴지는 록 넘버로 앨범 프리뷰와 뮤직비디오 티저부터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타인의 평가나 타인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 치열히 옳다고 여기는 길을 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개복치(SUNFISH)라는 소재와 함께 뭉클하게 전한다.

윤하는 최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컴백 인터뷰에서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감, 직전 활동곡 '사건의 지평선' 큰 사랑 속 컴백 준비를 해온 과정 등을 솔직하게 전했다. 아래는 윤하와의 일문일답이다.

윤하 콘셉트 포토 [사진=C9엔터테인먼트]
윤하 콘셉트 포토 [사진=C9엔터테인먼트]

◇컴백 소감은?

속이 시원하다. 1년간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사건의 지평선'이 잘 된 덕분에 회사에서도 많이 양해해줬다. 많은 스케줄에 치이지 않게 작업할 시간을 확보해줬다. 이번에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것 다 해봤고 내 디스코그라피 중 가장 화려한 앨범이 될 것 같다.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년 하면 너무 중견 같으니까 두번째 스무살이라 생각하려 했다. 다시 스무살이 된다면 뭘 하고 싶을까 생각하니 많이 설레더라. 원 없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있다. 영혼과 체지방을 갈고 근육도 갈고 정신도 갈았다. 중간에 호주 여행을 다녀와서 많이 충전했다. 자연을 보며 많은 감명을 얻어서 첫 작업한 곡이 '맹그로브'였다.

◇윤하가 '원없이 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가.

체조경기장 입성을 했으니 못해도 한 두 번 정도는 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사이즈 큰 작업을 해보고 싶다.

◇이과 감성의 제목들이 흥미롭다.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받아라 떡밥!' 같은 느낌으로 제목을 지었다. 예전에는 이런 게 매니악한 주제라고 여겨졌는데 요즘에는 그게 꼭 비주류만은 아닌 느낌, 누구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게 됐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건의 지평선'이 잘 되고 나서 어떤 생각 속에 살았나.

멜론 탑백에 들었을 때는 안도감이 들었다. '열심히 하니까 들어주시는구나'하는 우쭐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순위가 올라가니까 무섭더라. 1위에서 안착해서 오래 있게 되니 내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가 아니고 운의 영역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부채의식과 부담감을 느꼈다. 대중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까, 다시 이 사랑을 돌려드릴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게 뭘까 고민했다. 이렇게 사랑을 누리고, 불러준다고 다 가고, 몸값을 올릴게 아니라 빨리 다음 앨범을 해야 한다고 회사에 말했다. 회사는 흔쾌히 그걸 이해해주셨고 시간적 배려를 받아 호주 여행을 떠났다. 그 곳에서 맹그로브 나무를 봤다. 염수를 먹는 유일한 나무, 밀물과 썰물을 겪으며 바다생물이 오가고 터전을 이루는 데 제 몸을 내어주는 나무였다. 이 친구가 몇 번이고 바다에서 담금질을 당하는 걸 보며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나무의 인생은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자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매우 작게 느껴지더라.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로 돌아오자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래서 맹그로브 나무에게 너무 고맙다.

윤하 콘셉트 포토 [사진=C9엔터테인먼트]
윤하 콘셉트 포토 [사진=C9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태양물고기' 역시 개복치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다.

개복치의 영어 이름이 '선피쉬'인 줄 몰랐다. 나약하고 금방 죽는 걸로 밈화 돼 있는 건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였다. 수많은 어종 중 왜 '선'을 달고 있는지 궁금했다. 보통 물고기는 상층부, 하층부 등 자신이 사는 곳이 정해져 있는데 개복치는 수면부터 심해를 오가며 발광체의 기질을 드러낸다. 또 성체가 되면 20년 정도 더 산다고 하더라. 데뷔 20년이 된 나와 운명적으로 엮여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바다에선 태양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늘같이 드넓고 무한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괴로운 순간에서, 하늘을 담는 바다 정도는 지향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바다의 태양 정도는 지향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며 이 곡을 만들게 됐다.

◇한 직업을 20년간 계속 해왔다. 가수가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은가.

가수는 노래를 하는 사람, 툭 치면 노래해야 하는 사람인 것 같다. 뮤지션은 툭 치면 음악이 나와야 하는 사람이다. 요즘 '진짜 예술이 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의식주의 영역이 아닌 사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한없이 어렵다가도 한없이 하찮게 느껴진다. 너무 위선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생각 속 고민을 한다. 그래서 스스로 '방망이 깎는 장인'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쉴 수는 없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다가 전완근이 잘못되지 않게끔 최대한 지치지 않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선이 어딘지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20년간 가수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속에서 윤하의 행보는 눈에 띈다. 대중이 윤하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잘 풀려서 다행인 케이스다. 운도 좋았다. 또 팬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가수가 슬럼프를 겪는 것도 보고, 회사를 바꾸고 헤매는 모습도 보며 여러 고생을 함께 해줬다. 보통 가족이 아니면 이런 걸 보며 포기하게 되는데도 윽박지르지 않았다. 뭐라 할지언정 떠나지 않고 가수를 계속 키웠다. 가끔 생각하면 울컥울컥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국민 프로듀서'라는 단어를 사용했듯, 내게도 국민 프로듀서들이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지지해줬다. 참 감사한 일이다.

◇최근 KSPO DOME(체조경기장)에 입성했다. 그 때 기분은 어땠나.

결혼식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 생각했다. '일가 친척이 이렇게 많았나?' 싶은 느낌. 예전부터 스치며 뵀던 분들이 다 와서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고, 엄청난 것이구나 생각했다.

◇윤하에게도 20년을 돌아보면 슬럼프가 있었나.

첫 회사에서 나와 독립한 후 진짜 음악을 한다는 '뽕'에 취해서 '슈퍼소닉'을 냈지만 보상이 금방 오지 않아 자본적으로 이어나가기 어려웠다. 지금은 서로 다 잘 살고 있지만, 그 땐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우울감이 시작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며 끝도 없이 내려갔고, '레스큐' 앨범부터 회복했다. 내적인 슬럼프는 4집에서 5집 사이. 인스타그램에 도입되면서 도대체 이런 변화를 모르겠더라. 음악이 패셔너블하게 바뀌고, 보는 음악으로 바뀌는 단계에 적응하지 못해 그루비룸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조이人]① '데뷔 20년' 윤하 "'사평선' 큰 사랑, 부채의식 속 영혼 갈아 컴백"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