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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김삼순 2024', 멋진언니가 돌아왔다…여전한 시대의 아이콘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그 시절 우리에겐 멋진 언니 김삼순이 있었다. 비록 가방끈은 짧고, 살집 좀 있고, 이름도 촌스럽지만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넘쳤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맞아가며 구박대기로 전락한 서른살 노처녀지만 사랑 앞에서는 주저함이나 부끄러움 없이 솔직했던 그녀다. 그렇게 삼순이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우리 앞에 삼순이가 다시 돌아왔다. 무려 19년 만이다.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는 웨이브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뉴클래식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김삼순 2024'는 공개 첫날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1위에 올랐다.

내 이름은 김삼순 2024 [사진=웨이브 ]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 [사진=웨이브 ]

작았던 화면은 커졌고, 배우들의 얼굴은 4K를 통해 매끈해지고 선명해졌다. 16회로 펼쳐졌던 회차는 절반으로 싹둑 줄었다. 완벽한 가지치기를 통해 주인공 삼순이(김선아 분)와 진헌(현빈 분)의 러브스토리에만 집중했다. 유튜브 '서사 몰아보기'에 익숙한 MZ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다.

2005년 방송됐던 '내 이름은 김삼순'은 촌스러운 이름과 뚱뚱한 외모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전문 파티시에로 당당히 살아가는 30대 노처녀 김삼순의 삶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무려 6kg을 찌운 김선아는 신인 현빈과 함께 코미디 호흡을 맞췄다. 얼짱과 몸짱이 대세이던 당시, 후덕한 몸매에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삼순이는 로맨틱코미디 여주인공 감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삼순은 특유의 당당함으로, 넘치는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현빈은 '삼순이'를 통해 소위 원톱 스타로 거듭났다. 현빈은 2살 연상의 식당 직원에게 계약 연애를 제안하는 이기적인 재벌 2세 현진헌 역을 맡았다. 예고없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첫사랑으로 인해 갈팡질팡하는 나쁜 남자지만 결국엔 삼순이를 향한 마음을 인정하게 되는 인물이다.

이 외에도 첫 미니시리즈에 도전한 샤크라 출신 정려원은 매력적인 보조개와 밝은 건치미소로 첫사랑의 아이콘이 됐고, 샛별처럼 등장한 다니엘 헤니는 영어대사, 한국어 자막에도 불구하고 큰 사랑을 받았다. 다니엘 헤니는 잘 생긴 검은머리 외국인을 넘어 희진(정려원 분)의 생명을 구하고, 그녀의 완벽한 보호자로 활약한 진정한 왕자님이었다.

'김삼순'은 사회의 다양한 변화도 이끌어냈다.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개명 신청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파티시에라는 낯선 이름의 직업이 크게 주목받았다. 인생샷을 찍기 위해 남산으로 향하는 커플들의 발걸음 역시 늘어났다. 클래지콰이가 부른 'SHE IS'의 성공에 힘입어 드라마 OST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됐다. 드라마의 원작 소설은 물론, 극중 삼순이 지헌 조카에게 읽어준 '모모' 역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내이름은 김삼순 [사진=mbc]

다시 돌아온 삼순이가 반가운 건 비단 19년 전 추억에 젖은 중장년층 뿐만은 아니다. 일과 사랑 앞에 당당한 '센 언니'의 조언이 누구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MZ세대들 역시 김삼순에 열광하고 있다.

"미리 두려워하진 않겠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열심히 케이크를 굽고 열심히 사랑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 김삼순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다짐은 이 땅에 여전한 삼순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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