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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백설공주' 고보결 "내겐 멜로였다…출세작 된다면 기쁠 것 같아"


수더분한 덕미→톱스타 나겸…"캐릭터 공감 위해 매일 일지 썼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백설공주'는 스릴러지만, 제겐 멜로였어요."

무려 10년의 짝사랑이었다. 톱스타의 '순애보'인줄 알았는데, 지독한 집착이었다. 애틋했던 눈빛 뒤엔, 광기가 숨어있었다. 배우 고보결이 지금껏 보지 못한 얼굴을 꺼내놓는 순간, 시청자들은 숨죽였다.

고보결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관련 인터뷰를 갖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배우 고보결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배우 고보결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최근 막내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연출 변영주, 극본 서주연, 이하 백설공주)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스릴러 드라마다.

시청률 2.8%로 출발했던 드라마는 촘촘한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 등에 힘입어 매회 상승세를 이어갔고, 마지막회 8.8%로 마무리 했다. 촬영을 마친지 2년 뒤 편성되면서 우려도 있었으나 정작 방송이 시작되자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었다.

고보결은 "오래 기다렸던 만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많이 사랑해주고 입소문을 내줬다. 점점 더 사랑을 받게 된 건 시청자들의 힘이었고 값진 의미가 있다.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단톡방에서도 배우들이 시청률에 환호했다. 그는 "처음부터 믿음이 있었다. 업계 소문도 좋았고,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었다. 좋은 작품으로만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라며 "시청자들의 입소문으로 시청률까지 오르니까 단톡방에서 난리가 났다. 아침마다 시청률을 보고 아이처럼 기뻐하고 감사해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고보결은 고정우(변요한 분)의 고등학교 동창 덕미이자 톱스타 최나겸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드라마 반전의 키였다. 정우를 살뜰히 챙긴 순정녀였지만 정우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과거 살인 사건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을 놀래켰다.

배우 고보결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배우 고보결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오디션을 통해 나겸 역을 꿰찼다는 그는 "지금까지 안해본 캐릭터였고, 덕미와 나겸의 변화의 격차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맹목적인 집착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처음이라 설레면서도 조심스러웠어요. 접근하는데 어려움도 있었어요. 스릴러 장르에 악인도 많이 나오고 함께 추리하는 과정이 재미있는 드라마에요. 감독님이 '스릴러지만 나겸은 멜로지 않을까' 했어요. 그게 열쇠가 되어서 진입하는 문이 됐죠. 스릴러를 위해 과장된 연기보다, 나겸의 마음에 더 집중하려 했어요."

덕미와 나겸은 비주얼부터 성격까지 180도 다른 인물이다. 과거의 덕미가 주근깨에 안경을 착용하고 존재감도 없는 소녀였다면, 나겸은 화려한 비주얼의 톱스타였다. 고보결에겐 도전이자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는 "과거와 현재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흔치 않다"라며 "이렇게 큰 변화가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덕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괜찮을까' 했는데 분장에 의지했어요. 주근깨도 그리고 가발과 안경도 썼어요. 스태프와 감독님이 같이 의논을 하면서 고심을 많이 해서 만든 캐릭터에요. 덕미 머리 길이도 몇 차례씩 컨펌을 받았고 주근깨 정도라던지, 안경 디자인도 투박해야 했어요. 조용하고 똑똑하지만 그게 드러나지 않아요. 총명함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교정기는 제 아이디어였어요. 발음이 어눌해지는데 괜찮아질까 싶었는데, 덕미에겐 더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덕미 분장을 하면 저도 자연스럽게 덕미처럼 행동을 하게 되던데요."

심정적으로 편안했던 덕미와 다르게, 누구나 납득해야 할 톱스타 비주얼은 부담이 됐다. 그는 인생 최저 몸무게를 만들 만큼 체중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제 안에서 최대한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했어요.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면서 사람도 많이 안 만났어요. 근력 운동을 위해 피티도 했죠. 마르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려고 했어요. 운동 아니면 대본 보는 시간이 전부였을 만큼 제 삶을 여기에 썼어요."

배우 고보결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배우 고보결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파격 비주얼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나겸의 감정선이었다. 정우를 향한 집착과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정우를 잃은 공허함도 표현해야 했다. 그는 나겸이 되어 일지를 썼다.

"나겸을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모난 부분도 있고, 감추려고 했지만 삐죽삐죽 튀어나온 부분이 많았죠. 근본적인 심리를 쫓아가기 위해 일지를 매일 쓰면서 과거를 복기했죠. 그녀가 그런 결핍을 갖기까지 어떤 환경에 놓여졌는지, 저만의 상상으로 환경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그녀의 시선에서 본 친구들은 나를 친구로 대해줬을까. 자격지심과 열등감, 질투도 있었고, 그 안에 내재된 욕망이 있어요. 강력한 동기를 보여주기 위해 강력한 결핍이 필요했죠."

고보결이 썼다는 일지에는 그림도 있고, 설명하기 힘든 감정도 나열됐다. 그는 "나겸의 초상화를 그린 적 있는데, 조각조각 나있어요. '정우는 어떤 여자를 좋아할까' '남들이 좋아하는 톱스타가 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다른 사람 기준에서 예쁠 것 같은 느낌을 조각조각 붙여놨어요. 그게 나겸이 같았죠."

그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났다. 고정우에 대한 비뚤어진 애정으로 상대를 괴롭게 했던 그는 과거가 탄로났고, 정신병원에서도 여전히 혼자만의 감정에 사로잡혀 씁쓸함을 자아냈다.

"안쓰러웠어요. 한 여자의 인생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던 잠재력과 재능을 갖고 있었는데, 그 아름다운 재능마저 헛된 망상과 집착, 공허한 목적 때문에 인생이 망가져버려요. 전 이 결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범죄도 많이 저질렀고, 헛된 망상이 얼마나 허무한지 보여줄 수 있는 결말이지 않았나 싶어요."

배우 고보결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배우 고보결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욕먹을 캐릭터"라고 각오하고 시작했지만,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힘이 됐다.

"시청자들이 함께 나겸이를 욕해주길 바랐어요. 그런데 함께 욕하면서 안쓰러워해줬어요. '덕미저리' 별명도 얻고 '몰입해서 봐주는구나' 싶었어요. 나겸을 불쌍하게 여겨주는 걸 보고 감사했어요. 한가지 감정이 아니라 양가적인 감정을 받을 수록 좋은 캐릭터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악인이 처단될 때마다 '통쾌하다'가 아니라 '씁쓸하다' '시원한데 안타깝다'고 이야기 해줘서 너무 좋았어요."

고보결은 '백설공주'로 인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피드백이 많았고, '이런 다른 모습을 좋아하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항상 제 연기에 대해서 부족함을 느끼고 아쉬움이 많다. 그 부분을 보완해서 더 성장하고 좋은 모습 보여줘야겠다는 응원을 받은 것 같다"고 작품의 의미를 새겼다.

변영주 감독은 '백설공주'에서 고보결의 '출세작'이 되길 바란다는 응원을 건넨 바 있다. 고보결은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또다른 가능성을 찾고 싶어요. 저 스스로도 몰랐던 모습을 찾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변영주 감독님이 말씀하신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좋은 캐릭터를 만날 수 있게, 많이 연락주세요."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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