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황인엽이 '조립식 가족'을 무사히 완주했다. 캐릭터가 가진 내면의 상처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로맨스와 형제 케미까지 탄탄한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한 그다. 배우로서 한층 성장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특히 정채연, 배현성과 완성한 애틋한 호흡은 '조립식 가족'이 더욱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지난 27일 종영된 JTBC 수요드라마 '조립식 가족'(극본 홍시영/연출 김승호)은 10년은 가족으로 함께 했고, 10년은 남남으로 그리워했던 세 청춘이 다시 만나 펼쳐지는 로맨스다. 중국의 인기 드라마 '이가인지명'이 원작이다.
황인엽은 명주대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김산하 역을 맡아 정채연, 배현성, 최원영, 최무성, 김혜은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어려서부터 어른스럽고 속이 깊었던 산하는 힘든 일에도 "자고 나면 괜찮아진다"며 혼자 삭이고, 참는 게 버릇이다.
산하가 여덟 살 때, 동생 소정이 죽은 후 세 가족은 새 출발을 하기 위해 해동으로 내려왔지만, 슬픔을 견디지 못한 엄마(김혜은 분)는 아빠(최무성 분)와 이혼하며 떠났다. 엄마에 대한 상처,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를 가슴 속에 담은 산하를 위로해 준 이가 바로 첫사랑 주원(정채연 분)이다.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10년 후 드디어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황인엽은 이런 김산하의 마음 아픈 서사, 정채연과의 로맨스, 배현성과의 형제애 등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다음은 황인엽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마지막 방송을 다같이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들었다.
"너무 사이가 좋았다. 배우들끼리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었던 모든 분이 다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컸다. 끝나서 아쉬운 것도 있지만 이제 이분들과 모일 이유가 이거 아니면 없기 때문에 그게 좀 아쉬워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 마지막 촬영 때도 많이 울었지 않나.
"엄청 많이 울었다. '조립식 가족'에 참여한 시간이 거의 1년이 훌쩍 넘어가는 시간이다 보니까 친구들이랑 붙어있던 시간 동안 아주 많이 가까워졌다. 소재 자체도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라 현장 분위기가 실제로도 따뜻했다. 집중도가 있고 서로 배려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여운이 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마지막 회를 같이 보는 건 누가 제일 처음 제안을 한 건가?
"당연히 다 같이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끼리는 원래 자주 만나긴 했지만, "이제 진짜 끝이야. 그러니까 다 와야 해"라고 해서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어디서 만나요?" 했다. 밥 먹으면서 열심히 봤다. 모두가 다 친해졌다."
- 정채연, 배현성 배우 모두 "놀리는 재미로 살았다", "타격감이 굉장히 좋다"는 얘기를 똑같이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타격감이 좋다는 건 제가 요즘 신조어를 못 알아듣고 "무슨 뜻이지?" 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알아듣는 척하다가 걸렸다. 가장 최근엔 인생네컷 찍는 것이 있는데 처음 찍었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하니까 이 친구들은 웃긴가 보더라. 신조어도 한번 쓰면 "그거 지난 거다"라고 한다.
- 그런 장난을 잘 받아주는 편인가 보다. 오빠, 형으로 동생에게 잘 져주는 것이지 않나?
"그걸 그 친구들이 알까 싶다. 모를 것 같다.(웃음) 편안한 사람이 되어주는 건, 어쨌든 제가 나이가 있고 또 제 외모가 처음 봤을 때 좀 차가운 느낌이 난다. 그래서 상대가 다가올 수 있게 제가 먼저 무너져주는 것이 빠르게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처음엔 노력하는 편이다. 분명 그랬는데 가까워지니 이 아이들이 아는 것과 제가 아는 것 중간에 메꿀 수 없는 아주 얇은 벽이 하나 있는 것 같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있다. "이게 뭐야?"라고 하면 "이걸 몰라?" 이런 식이다. 그렇게 해서 친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움파룸파 챌린지를 드라마 촬영하면서 찍었는데 제가 "우리 이런 거 할래?" 제안했다. 그랬더니 애들이 마치 동생 대하듯 "그래, 해줄게"라고 하더라. 본인들이 더 좋아했다."
- 평소 밈도 많이 찾아보는 편인가?
"그렇지는 않다. 저는 음악만 좀 많이 듣는 스타일이다. 알고리즘 자체가 연예계에 관련된 거 보다는, 심리적인 걸 많이 본다. 심리학이나 새겨들어야 하는 말을 많이 본다."
- 심리에 관심을 가지는 건 개인적인 관심사의 일환인 건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사는 것에 대한 고찰을 한다. 예를 들면, '행복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을 때, 각자 기준이 다르다. 사랑한다, 배려한다, 존중한다의 기준이 너무 다양하다. 저는 제가 배우들이랑 호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로 인해 불편함을 절대 주고 싶지 않고, 편안하기를 바란다. '참 좋았다'로 남고 싶은 것이 있다. 좋은 관계이고 싶다. 제가 그렇게 안 보이지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웃음)"
- '그렇게 안 보이지만'은 외형을 말하는 건가? '청춘MT'와 같은 예능에서 보여준 실제 모습에선 허당미, 귀여운 매력이 많았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면 '의외다'라고 하더라. 기존에 제가 보여드렸던 드라마의 캐릭터는 반항적인 느낌도 있었고, 아주 거친 느낌을 표현한 것도 있다. 또 외모적으로 그런 것들이 표현됐기도 하는데 제 성격과는 많이 다르다. 저는 원해 다정한 걸 좋아하고 부드러운 걸 좋아하고 편안한 걸 좋아하고 추구한다. '청춘MT'에서의 모습은 드라마로 저를 알던 분들의 생각을 깨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에 대한 생각의 반대 지점이다 보니 좀 신기하다고 느끼신 분들도 있으셨을 것 같다. 또 그때는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살도 많이 빠지고 체력도 떨어져 기력이 쇠했던 시기다. 그때 저는 그냥 편안하게 힐링한다고 생각해야지 했는데 플라잉 체어나 공포 체험에서 계속 지목이 되고 하다 보니 여지없이 제 실체가 드러난 거다.(웃음)"
- 산하 캐릭터도 진중함 속에 따뜻함이 가득한 인물이고, 후반부엔 로코를 형성하다 보니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도 드러나야 했다. 워낙 이런 연기를 잘해온 배우다 보니 기대했던 지점이 컸었는데, 배우 스스로는 이 캐릭터와 작품을 하면서 어떤 걸 배우고 얻었다고 생각하나?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표현하고 싶었던 건 어떤 말보다 눈으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그게 잘 전달이 되고, 시청자들도 그걸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번에 느낀 건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하게 편안해진 상태가 됐을 때 우리가 정말 재미있게, 좋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님도 "드라마를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 순간 같이 호흡한다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하면 더 좋은 것 같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신이 끝날 때마다 너무너무 아쉬울 정도로 즐겁게 촬영했다 보니 호흡의 중요성을 더 느낀 것 같다. 서로 완전히 이완된 호흡에서 주는 연기가 시청해 주시는 분들이 봤을 때도 여실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드라마가 잔잔하고 서정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구성인데도 이렇게까지 재미있고 유쾌하게 느껴주시니까 '역시 호흡은 그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더 이상 교복을 입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내가 여기서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메시지가 있다면 허락되는 한 보여드리자, 그게 납득이 되고 시청해 주는 분들이 즐거우면 의미가 있고 그걸로 됐다는 생각을 한다. 또 특별한 가족이라 메시지가 너무 특별하니 이걸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하가 상처받은 걸 잘 드러내지 않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약간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 안에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등 표현해야 하는 감정이 많아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 앞 인터뷰에서 각 인물의 사랑을 색깔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빠와의 사랑은 빨간색, 정재와의 사랑은 핑크, 주원-해준과는 무지갯빛, 엄마는 옅은 빨간색이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색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
"저는 어떤 사람을 볼 때, 사람을 구분할 때 색으로 표현할 때가 좀 있다. 누군가를 표현할 때 모형이 될 수도 있고, 고양이상 강아지상처럼 동물로 표현할 때도 있지 않나. 저는 색으로 표현한다. 제 동생은 노란색인 것 같다. 이번에 '조립식 가족'은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데, 그 사랑의 색깔이 왠지 이런 색일 것 같다고 저만의 방식으로 구축했다."
- 그럼 엄마는 왜 옅은 빨간색인 건가?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했을 때 가장 예쁜 빨간색 하트가 될 텐데,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게 전달이 안 되고 있다 보니 아직은 옅은, 묽고 연한 빨간색이라고 생각했다. 빨강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시작점인 거다."
- 그렇다면 황인엽의 색은 무슨 색인가?
"흰색에 파란색 두 방울, 하늘색이 되기 전인 것 같다. 연하다.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황인엽은 날카로워서 까만색이 어울릴 것 같지만, 제 내면은 아직 흰색에 파란색 두 방울이 올라간 정도인 것 같다. 어떤 색도 될 수 있는 시기, 어디로 갈지 정할 수 없는, 이제 겨우 파란색 두 방울이 떨어진 것 같다."
- 왜 파란색인가?
"아직은 파랗고 싶은지 까맣고 싶은지도 구분이 안 되는 단계다. 저는 작품 수가 몇 개 안 되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그 순간엔 이 색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하늘색일 수도 있고,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배현성, 정채연 배우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인 것 같나?
"현성이는 아주 연한 노란색, 레몬색이다. 굉장히 성실하고 자기가 해야 하는 걸 마땅히 열심히 한다. 정말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한다. '참 예쁘게도 생겼네, 잘도 하네' 이런데 다가가서 보면 그냥 마시멜로 같이 녹는 스타일이다. 성향이 부드럽다. 채연이는 저희가 장난처럼 얘기를 많이 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도 벚꽃색이다. 살구색이다. 사람이 되게 밝은 에너지를 주는데 강력한 느낌이 아니라 은은하게 주변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성향이다. 그래서 채연이가 현장에 오면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입 옆에 미소가 장착되어 있다. 언제나 배려하고 기분 좋게 해준다. 둘이 보면 색상이 되게 연한 사람들이다. 저도 겉만 그렇지 속은 여리다 보니 연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괜찮았던 것 같다. 정말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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