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기대 이상의 발전"은 한계 없이 성장하고 진화하는 김성철을 향한 말인 듯하다. 도대체 어디까지 무럭무럭 자라날 생각인 것인지, 이쯤 되면 무서울 정도다. 연기, 노래, 퍼포먼스까지, 무엇하나 빠지는 것 없는 김성철이 '지킬앤하이드'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한 인물 안에서 지킬과 하이드로 나뉘는, 선과 악의 두 인격이 대립하며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룬 작품으로, 이중인격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연쇄 살인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2004년 한국 프로덕션이 시작된 이래 지난 20년간 누적 관객수 180만 명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뮤지컬의 흥행 역사를 새롭게 썼다.
2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시즌을 맞이한 '지킬앤하이드'는 더욱 드라마틱한 무대 구현을 위해 LED 영상을 적극 활용해 공간 구성의 현실감을 더해 몰입도를 극강으로 끌어올린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기대 포인트는 뉴지킬 김성철의 열연이다. 앞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젊은 패기와 강렬함 존재감으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하며 극찬 세례를 얻은 김성철은 곧바로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의 꿈의 무대라 여겨지는 '지킬앤하이드'의 20주년 공연에 당당하게 합류해 많은 관심을 얻었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김성철은 첫 공연 첫 등장부터 완전히 달라진 발성과 차원 다른 깊이의 감성을 전하며 한순간에 무대를 장악했다. 올곧지만 여린 심성이 느껴지는 지킬의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절절한 눈물 속에 담아냈다. 또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만 보여주는 귀여운 매력으로 웃음을 더했다.
김성철은 '지킬앤하이드'의 대표 넘버 역시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은 뮤지컬 오디션 금지곡으로 불릴 정도로,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은 다 불러봤다 싶은 '지킬앤하이드'의 대표곡이다. 그렇기에 웬만큼 잘 부르지 않으면 감탄하기 쉽지 않은 곡이고, 그래서 배우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성철은 달랐다. 인생을 걸 만큼 중요하고 위험한 실험을 앞둔 지킬의 간절함과 강단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온 힘을 다해 열창했다. 이에 객석에서는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킬이 하이드로 변한 후 내지르는 '얼라이브(Alive)'는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지킬에게서 벗어나 드디어 자유를 얻게 된 '욕망 덩어리' 하이드의 강력한 존재감을 확인하는 순간, 지킬과 하이드를 완벽하게 분리해낸 김성철의 놀라운 연기력과 무대 장악력에 감탄, 또 감탄하게 된다. 그래서 1막이 끝나자마자 객석에서 터져 나온 말은 "김성철 왜 이렇게 잘해?", "진짜 잘한다"였다.
압권은 2막 지킬과 하이드의 내면 대립을 그린 '컨프론테이션(The Confrontation)'이다. 무대 위에서 짧은 시간 동안 두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야 하기 때문에 연기와 노래 실력은 기본이고 시간과 동작, 순발력, 체력 등 모든 것이 정확하게 합이 맞아야 하는 최고난도의 장면이다. 김성철의 진가는 이 장면에서 또 한 번 빛이 난다.
'컨프론테이션' 말미 바닥을 치며 웃는 하이드는 지금까지 봐왔던 하이드와는 또 다른 결과 매력을 장착했다. 김성철이 자신만의 독보적인 하이드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을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압도적이다. 첫 공연부터 이렇게 잘하면, 앞으로 회차가 거듭될수록 얼마나 더 잘할지 벌써 궁금해지기도.
그래서 확신한다. 김성철의 '지킬앤하이드'는 그 어떤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고, 그 어떤 누가 봐도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 되새긴다. 김성철은 절대 티켓값 아깝지 않은,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는 배우라는 것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2025년 5월 18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 170분.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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