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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포옹 <6> - 정찬주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자장면이 군인들에게 먼저 날라졌다. 그리고는 나의 몫도 나왔다. 나는 주인이 끄는 대로 문 입구인 듯싶은 곳으로 갔다. 주인이 또 그들을 향해서 사정을 했다.

"먹는 동안만 풀어줍시다."

전혀 뜻밖이었다. 계엄군 한 사람이 다가와 눈을 가린 처부터 풀더니 묶인 손마저 풀어주었다.

"운이 좋은 놈이야, 넌."

"……"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자장면을 바라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왜 여기까지 끌려와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기가 막혔다. 그렇다고 하소연할 곳이라고는 아무데도 없었다.

주인 딸인 듯싶은 여자가 깍두기를 가져왔다. 순간, 나는 눈빛으로 나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변두리이지만 집들이 밀집해 있어 담 하나만 넘으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나는 면을 되도록 천천히 넘기면서 궁리했다. 그때 여자가 사리를 일인분 더 가져오면서 그릇 밑에 약도를 놓고 갔다. 약도는 아주 간략했다. 화장실 쪽으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고, 가서는 안 될 길에는 엑스를 그려놓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길로 가면 중국집 앞문과 연결된 큰길이어서 위험하다는 뜻이 분명했다. 나는 재빨리 약도를 구겨서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는 좀 큰소리로 여자에게 말했다.

"화장실이 어디요?"

여자가 계엄군의 눈치를 보며 뒷문을 가리켰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계엄군이 얼굴을 험하게 일그러뜨렸다.

"뭐야!"

나는 당황하지 않고 배가 아프다는 시늉을 했다. 그때 어디선가 그들을 찾는 소리가 났다. 무전기가 삑삑거리자 무전병이 송신하는 저쪽의 명령을 받았다.

"조장님, 작전 위치를 묻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할까요?"

조장이 피우던 담배를 집어던지며 일어났다.

"개새끼들은 밥도 안 먹나. 폭도들을 진압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 저 놈들을 주동자급으로 넘기면 되니까."

무전이 나 때문에 날아오기라도 한 듯 조장이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더욱 배를 움켜쥐며 아픈 표정을 지었다.

말없이 서 있던 주인이 나의 꾀병을 참으로 믿었던지 내 편이 되어주었다.

"이보쇼. 내가 책임지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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