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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포옹 <11> - 정찬주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나는 되도록 장례를 치르는 일에만 성심껏 매달리자고 다짐했다. 그러면 아내에 대한 감정도 최소한 장례를 마칠 때까지는 유예될 수 있을 것이므로 그랬다. 버스는 평일이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버스 또한 뒷좌석 몇 개씩을 비운 채 출발하곤 하였다.

우리가 탄 버스는 한강다리를 벗어나자마자 속도를 내며 달렸다.

"안됐어. 한번 잘 모셔볼려고 그랬는데."

"동정은 마세요. 그렇게 돌아가시는 게 당신들의 꿈이었으니까."

"진심이야."

"여한이 없을 거예요."

"마음에 없는 소리 그만 두지. 죽음으로써 당신들의 꿈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야. 미안해. 내게도 책임이 있어."

"미안해하실 것 없어요.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삶도 환상일 뿐이니까요."

"정말 미안해."

나는 또 시비가 벌어지는가 싶어 입을 다문 채 차창 밖으로 눈을 주었다. 버스는 아직도 서울의 변두리를 달리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는 대신에 아내의 손을 잡아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위선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차갑게 잡혀질 아내의 손이 두렵기도 하였다. 무심코 나는 이혼이란 낱말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는 이혼, 이혼 하고 중얼거렸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떠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혼의 도장을 찍는 그 시간을 향해서 떠나고 있기에 이혼이란 낱말이 불쑥 중얼거려졌는지도 몰랐다.

들녘은 예전 같지 않았다. 보리가 물결치고 있는 게 아니라, 텅 빈 가을 들판이나 다름없었다. 검은 빛깔의 흙바닥이 음산하게 보이기조차 하였다. 가끔씩 비닐하우스들이 지나치곤 하였지만 검은 빛깔에 대비되어 상여 뒤를 펄럭거리며 따르는 만장(輓章)을 연상케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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