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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포옹 <13> - 정찬주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버스는 어느새 K읍을 향해서 질주하고 있었다. 바다가 멀리 보이고 그곳으로 뻗어나간 수로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내려야 할 곳은 K읍이 아니라 그곳에서 좀 떨어진 C면 정류소였다.

"다 왔어. 읍내를 지나 저 산 모퉁이만 돌면 돼."

"잘 아시는군요."

"이야기 안했던가? 이쪽에서 군대 밥을 먹었거든. 바람이 매서운 곳이지."

버스가 좀 더 읍내 쪽으로 진입하자 C면을 경계 짓는 벼랑이 보였다. 수직에 가까운 바위로서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절벽이었다. 신비로움이 깃든 자태가 아름다움을 한껏 자아내기도 하지만, 절벽에서 바다 쪽으로 단 한 발도 허락하지 않는 그것의 단호함이 오히려 삶을 쉽사리 포기케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장인 장모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아기를 갖고 싶다고 그랬었지. 기억나?"

"기억하죠. 스카프 선물을 받았던 날이었지요."

"벌써 십 년 전의 얘기야."

"그 스카프 어머니 드렸어요. 쪽빛이 곱다고 자꾸 그러시길래 그랬어요."

누구에게 스카프를 주었든 간에 이제 나로서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아내의 태도가 버스를 처음 탔을 때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먼저 파출소로 가지. 확인이 필요할 테니까. "

"그러죠."

"장례는 당신이 결정할 문제고……."

"어머니가 언젠가 한 말이 생각나요. 화장이 깨끗할지 모르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랬어요."

"불교신자이셨으니까."

K읍을 지나면서부터는 뿌연 먼지를 꽁무니에 달고 온 버스가 또 멈추었다. 이번에는 아내와 내가 내릴 차례였다. 버스에서 내린 아내와 나는 바로 파출소로 찾아갔다.

서류에 볼펜을 끄적거리고 있던 경관이 안경테를 만지면서 일어났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2시쯤 서울에서 전화를 받았던……."

"아,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자, 이 주민등록증을 보시죠. 이 분이 부친 맞습니까?"

"네."

"모친 맞습니까?"

"……"

아내는 대답을 못하고 입술을 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주민등록증은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 답지 않게 젖어 있지 않았다. 장인 장모의 사진은 늘 봐왔던 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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