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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포옹 <14> - 정찬주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아참, 이분들의 따님이란 걸 증명할 만한 서류는 가져왔습니까?"

"네."

아내가 주민등록등본을 내밀자 경관은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책상에 놓여 있던 모자를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대신 자리를 지켜줄 경관 한 사람이 들어오자 임무 교대를 하였다.

"따라 오시죠."

경관이 앞서 바다 쪽으로 난 둑길을 걸었다., 바닷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오자 경관이 모자챙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읍내 병원에 연락을 했습니다만 앰뷸런스가 와야 말이죠. 오긴 올 겁니다만. 민주환지 뭔지 세상이 바꿔지니까 우린 우리대로 힘이 든다니까요."

"바빠 그러겠지요."

"그런 말씀 마십쇼. 이 둑길이 좁아 못 들어간다고 핑계를 대니까 말이지요. 예전같으면 어림없지요. 우리한테 협조 안하고는 병원장사 못해먹었으니까요."

바다 멀리 어선 몇 척이 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절벽이 좀 더 가깝게 보였다. 절벽은 생각보다 험상궂은 모습이었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면서 절벽의 바위를 으르렁거리며 물어뜯고 있었다. 실제로 거기까지는 백여 미터쯤은 될 것 같았다.

장인 장모의 시신은 소금이 희끗희끗 앙금이 져 있는 개펄 한편에 거적으로 덮여져 있었다. 거적의 한 귀퉁이가 바닷바람이 몰아쳐 불 때마다 조금씩 들썩거렸다. 우리는 거기까지 경관의 안내를 받아 갔지만 선뜻 거적을 벗겨내지 못했다. 순식간에 드러날 주검의 현실이 두려웠다. 아내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경관이 거적을 들어냈다. 그리고는 두 시신을 이리저리 살폈다. 두 시신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불안해하는 나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러나 두 분의 팔을 보는 순간,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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