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참, 이분들의 따님이란 걸 증명할 만한 서류는 가져왔습니까?"
"네."
아내가 주민등록등본을 내밀자 경관은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책상에 놓여 있던 모자를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대신 자리를 지켜줄 경관 한 사람이 들어오자 임무 교대를 하였다.
"따라 오시죠."
경관이 앞서 바다 쪽으로 난 둑길을 걸었다., 바닷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오자 경관이 모자챙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읍내 병원에 연락을 했습니다만 앰뷸런스가 와야 말이죠. 오긴 올 겁니다만. 민주환지 뭔지 세상이 바꿔지니까 우린 우리대로 힘이 든다니까요."
"바빠 그러겠지요."
"그런 말씀 마십쇼. 이 둑길이 좁아 못 들어간다고 핑계를 대니까 말이지요. 예전같으면 어림없지요. 우리한테 협조 안하고는 병원장사 못해먹었으니까요."
바다 멀리 어선 몇 척이 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절벽이 좀 더 가깝게 보였다. 절벽은 생각보다 험상궂은 모습이었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면서 절벽의 바위를 으르렁거리며 물어뜯고 있었다. 실제로 거기까지는 백여 미터쯤은 될 것 같았다.
장인 장모의 시신은 소금이 희끗희끗 앙금이 져 있는 개펄 한편에 거적으로 덮여져 있었다. 거적의 한 귀퉁이가 바닷바람이 몰아쳐 불 때마다 조금씩 들썩거렸다. 우리는 거기까지 경관의 안내를 받아 갔지만 선뜻 거적을 벗겨내지 못했다. 순식간에 드러날 주검의 현실이 두려웠다. 아내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경관이 거적을 들어냈다. 그리고는 두 시신을 이리저리 살폈다. 두 시신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불안해하는 나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러나 두 분의 팔을 보는 순간,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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