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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포옹 <16> - 정찬주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아내와 나는 그에게 입관까지만 일임했다. 화장을 할 것이므로 장지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두 사람은 능숙한 솜씨로 재빨리 움직였다. 영안실의 탁자 위에 제물부터 챙겼다.

그리고는 초에 불을 붙인 다음 향을 피웠다. 이제는 수의를 입히고 입관을 하는 절차만 남은 것 같았다. 장의사마저 자리를 뜨자 영안실은 더욱 적막해졌다. 아내는 주저앉아서 멍하니 제 상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나는 다시 내 가방 속에 들어있는 스카프를 생각했다.

적어도 입관을 하기 전에는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뼛가루를 바다를 향해서 한 줌 뿌린 다음 바로 헤어질 것인지, 아니면 아내를 설득해서 다시 결합을 할 것인지 이제는 분명해져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가방 속에서 스카프를 꺼냈다. 그리고 아내에게 물었다.

"누가 먼저 묶자고 그랬겠소?"

"어머니였겠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니, 그런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야. 두 분의 사랑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순간 아내의 눈이 빛났다. 긴장이 되는지 얼굴에 경련 같은 것이 스쳤다.

"난 두 분의 손목에 묶여진 이것을 보고는 처음에 충격을 받았어. 놀라움이라기보다는 두려움이었어. 하지만 개운해지는 것 같았어. 내 마음속의 짙은 안개 같은 것이 싹 씻어지는 듯했거든."

나는 어느새 아내의 손을 끌어 잡은 채 말을 하고 있었다. 아내의 손은 의외로 따뜻했다. 그런 감촉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결코 내 손을 뿌리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 스카프 당신 거니까."

그러자 아내가 내 가슴으로 와락 달려들었다. 나 역시 아내를 지금 이 순간까지 말없이 기다려왔다는 듯이 힘껏 받아들였다. 으스러지도록 껴안아 주었다. 우리는 쓸쓸한 제상 앞에서 오랫동안 포옹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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