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시절이 랭보의 시처럼 '지옥에서 보낸 한 철'만은 아니었다. 입시교육에 시달려야 하는 불쌍한 청춘들의 잔혹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순간순간 찬란했던 날이 있었다.
그 찬란함이 비록 세상의 어둠을 다 가릴 만큼 크게 밝지는 않았을지라도 아이와 어른 사이,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뜨거움과 설렘이 분명 존재했다. 그 시절을 우리가 청춘이라 부르며 한 평생 그리워하는 것은 그래서 괜한 푸념이라 할 수 없다.
일본의 짐 자무쉬 라고 평가를 받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2005년작 ‘린다린다린다’(수입 씨네콰논코리아)는 바로 찬란하게 빛났던 청춘의 한 순간을 담은 작품이다.
졸업을 앞둔 여고생 밴드부원들이 학창시절 마지막 축제의 무대에 서기 위해 3일간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린다린다린다’는 일본에서 만든 영화지만 한국 배우 배두나가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무던한 일상 속에 주인공들의 세밀한 심리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인 장면 없이 흘러간다. 여고생 밴드부원들끼리 추억을 만들기 위해 3일간 좌충우돌 하는 줄거리는 담백하고 소곤거리듯 속삭이는 분위기로 일관한다. 이런 소소한 극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은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시바사키 고등학교에 온 송(배두나 분)이다.
일본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바람에 졸지에 밴드의 리드싱어가 된 송. 그녀는 비록 밴드생활을 한 적이 없었지만 특유의 적극적인 성격과 활발함으로 손짓, 발짓에 가끔은 한국말까지 써가며 밴드의 일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연습에 참가한다.
서로 매우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전, 학창시절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송을 비롯한 쿄고(마에다 아키 분), 케이(카시이 유우 분), 노조미(세키네 시오리 분) 등 네 명의 밴드 팀원들은 한번의 무대를 위해 마음을 합치고 서로를 조율하며 추억을 만들어간다.
인물 간의 극적인 갈등이나 혹은 밀도 있는 드라마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린다린다린다’는 심심한 영화로 보일 것이다. 여학생과 남학생간의 핑크빛 무드도 있지만 극의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인 교환학생 송에게 반한 일본 남학생이 감정을 고백하는 장면은 한국관객들에게 더욱 재미있게 다가온다. 어색한 한국말로 고백하는 남학생의 말투에 웃음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 ‘린다린다린다’는 주인공 여학생들이 학교 축제무대에서 부르기 위해 연습했던 일본의 펑크밴드 블루하트의 동명 히트 곡에서 따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음치수준이던 송이 예상외의 가창력을 선보이며 환호하는 학생들 앞에서 “린다! 린다! 린다!” 노래를 부를 때. 느슨하게 진행되던 영화는 순간 폭발하며 환히 빛을 발한다.
영화는 그 때가 바로 우리가 기억하는 청춘의 찬란함과 맞닿아 있음을 확인시켜주며 이렇게 끝을낸다. “사진에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린다 린다 린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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