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4년이 걸렸다. 돌고돌아 다시 돌아온 마운드. 한화 플레잉코치 지연규(37)가 14년 만에 다시 밟은 한국시리즈에서 팀을 벼랑끝에서 구했다.
지연규는 2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0-1로 뒤진 6회말 2사 1루에 최영필을 구원 등판해 4이닝 동안 삼진을 5개나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삼성 마운드에 배영수 권오준 권혁 임창용 등 내로라 하는 투수들이 오르내릴 때 지연규는 혼자서 4이닝을 지켰다. 그의 호투가 없었다면 한화는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우승을 내줄 뻔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연장 15회 1-1 무승부로 끝나 한화에게는 한번의 기회가 더 생기게 됐다.
데뷔 첫 해인 지난 92년 한국시리즈에서 1이닝을 던진 뒤 다시 마운드를 밟기까지 그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했다. 지연규는 동아대 재학시절 구대성(한화) 정민태(현대)와 '빅3'로 불리며 아마 야구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지연규는 대학을 졸업하던 92년 당시 신인 최고의 계약금을 받고 한화의 전신 빙그레에 입단했다. 그러나 96년까지 5년 동안 3승 4패의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결국 97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이듬해 마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이후 대전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하던 지연규는 야구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해 신인 공개테스트를 통해 2001년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다 지난해 구대성도, 권준헌도 빠진 한화의 마무리로 20세이브나 올리며 화려하게 재활했다.
그러나 시즌 뒤에는 어깨 통증과 체력 문제로 사실상 은퇴를 하며 2군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시즌 막판 김 감독이 다시 불렀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7경기에 나서 1승 1패 방어율 2.25를 기록하며 마지막 혼을 불태웠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사실을 알고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던 지연규.
좌절과 시련 속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한화 마운드를 지켜낸 사람은 굽은 소나무 지연규였다.
조이뉴스24 /최정희기자 smil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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