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6월25일.
케이블TV 채널 OCN은 오전 9시부터 26일 오전 9시까지 하루를 꼬박 인기 드라마 'CSI 시리즈'를 방송했다. 시리즈 1부터 5까지 총 117편의 에피소드 가운데 22편을 골라 방송한 이날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집계한 OCN의 평균 시청률은 2.01%로 나타났다. 케이블TV 채널 시청률이 1%를 넘기기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OCN의 실험은 성공한 셈이다.
케이블TV 방송사들이 인기 시리즈물이나 특정 장르의 프로그램을 묶어 종일토록 방송하는 이른바 'OO데이' 편성을 늘리고 있다.
재미 있다면 날 밤 새는 것을 서슴치 않는 마니아 층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케이블TV의 이 같은 편성내용과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방송통신융합으로 인한 양방향 서비스 시대의 디지털TV나 다가올 IPTV의 프로그램 시청행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한 놈만 집중적으로 팬다"
오는 4월1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영화전문 채널 채널CGV는 '범죄수사물데이'를 편성했다. 범죄 수사 시리즈물 '크리미널 마인드(시즌2)' 방송 시작을 맞아 이른바 '크리미널 데이' 특집으로, 탐문수사(특수수사대 SVU'), 잠입수사(인사이드), 과학수사(본즈), 심리수사(크리미널 마인드) 등 수사 시리즈의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은 것이다.
같은 날 XTM 채널은 만우절을 맞아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거짓말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줄줄이 방영한다. 농촌총각과 여자사기꾼과의 로맨틱 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 외계인 존재를 가정한 코믹 음모액션물 '맨인블랙2', 일란성 쌍둥이의 인생역전극 '역전의 명수'가 잇따른다. XTM은 'WWE RAW'을 '실제보다 더 리얼한 레슬러들의 투혼에 찬 연기'라고 소개해 눈길을 끈다.
인기 시리즈물 하나로 채널 전체를 '도배'하는 'OO데이' 경향은 작년 하반기부터 부쩍 늘어났다. OCN은 6월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미국 인기드라마 '24(시즌5)'를 24시간 방송해 마니아들로부터 관심을 끌었다. 올해 2월에는 '프리즌 브레이크(시즌1)'를 종일 내보내며 평균시청률 1.34%를 이끌어냈다.
CJ미디어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통해 작년 9월10일 새벽부터 24시간 동안 테러를 주제로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했고, 애니메이션 채널 챔프에선 12월30일부터 31일 사이 하루 18시간씩 총 36시간을 '도라에몽' 시리즈를 내보냈다.
CJ미디어의 영화채널(채널CGV)은 올해 삼일절에 '한국영화만세'를 주제로 왕의남자, 투사부일체 등 주목 받은 한국영화를 방송했다. 스포츠채널 MBC ESPN 역시 이달 초 '축구데이'를 마련해 서른 세 시간 동안 K리그, EPL(영국리그), 분데스리가(독일리그), 하이라이트, 월드컵 골모음 등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등 하나의 시리즈나 주제를 부각시킨 편성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양방향 TV시대, 새 시청행태 자리잡을 지 관심
케이블TV 방송사들의 시리즈물 종일 편성 증가는 '재미있다면 얼마든지 연속해 보겠다'는 시청자들이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그 옛날 만화방을 기웃거리며 다음 편을 애타게 기다려본 경험의 소유자라면, 전편을 한자리에 빌려놓고 즐기는 마음이 어떨 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하나의 시리즈나 주제로 방송한 경우 다수의 채널이 1%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이 이를 잘 대변한다.
온미디어 관계자는 "다양한 장르, 명확한 타깃 등 케이블만의 특성을 살려 연속 방영을 했을 경우 시청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시청률이나 채널 브랜드 인지도 역시 함께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케이블TV 방송사들의 이 같은 편성은 PC에서 시리즈물을 다운받아 시청하는 이용자들의 행태를 아날로그TV에 응용해 접목했다는 점에서 눈 여겨 볼 만하다.
PC 사용자들은 각종 P2P 사이트나 인터넷방송에서 원하는 프로그램 시리즈 전체나 특정 에피소드를 다운받아 즐기고 있지만, 단방향 서비스인 아날로그TV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디지털TV나 향후 등장할 IPTV에서는 얼마든지 주문형비디오(VOD) 형태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바쁘다보니 갈수록 방송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기 힘든 이들이 증가한다는 것은 VOD 서비스의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말해준다.
방송계 관계자는 "TV가 아직까지 가족형 미디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독신자 증가나 부부만 따로 사는 가족의 증가에 따라 TV 시청행태 역시 갈수록 개인화될 수밖에 없다"며 "PC 앞에서 에피소드 3~4개씩을 이어보는 미드족(미국 드라마 마니아)들의 모습이 양방향 디지털TV 시대에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