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내 드라마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된 기대작 '태왕사신기'가 웅대한 모습으로 11일 첫방송을 내보냈다. 단군신화를 소재로 한 1회는 그야말로 한국 드라마의 신기원을 열어젖혔다는 평가가 적절할 지 싶다.
회당 2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든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듯 웅장한 스케일과 신화에 들어맞을 듯한 광활한 배경, 4神의 표현 및 호족과 웅족의 전투신에서 보여준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은 시청자 기대에 보답하고도 남는다.
태왕사신기의 방송사인 MBC가 9시 뉴스데스크에서 "판타지사극이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이유는 HD화면의 보급에 따른 섬세한 화면과 색감을 강조하는 시대의 반영"이라고 추켜세워 보도한 그대로이다. 일반 TV보다 HD 화면으로 본 사람들로서는 할리우드의 환타지 영화를 본 듯 싶을 것이다.
그런데, '옥의 티'라고나 할까, 조금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여러 곳에서 지적했고, 또 검증해봐야 할 역사 왜곡 문제를 거론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주인공 배용준의 모습에서 약간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낯설음이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배용준은 하늘님의 아들 환웅 임금님으로 분했다. 하지만 배용준에게서 과연 환웅의 모습이 보여지던가. 환웅보다는 '겨울연가' 같은 멜로 드라마에서 보던 그 모습이 더 크지 않은가.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 차이는 있을 것이다. 1회에서 배용준의 모습을 보고 범접할 수 없는 환웅 임금님의 '따뜻한 카리스마'를 본 사람도 있을 게다. 또 내용이 그러하듯, 제작진의 의도가 좀 더 사랑스럽다거나 인간다운 그래서 차라리 여성스러운 환웅의 모습을 창조하려 했을 수도 있지 싶다.
그런데도 그의 연기에서 뭔가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배용준의 연기 속에서 환웅의 이미지와 일치 시기키 어려웠던 점은 그의 목소리다. 울림 없이 갸냘프게 들리는 소리에 대한 안타까움이라 해야 할까. 환웅이라기보다는 애수에 가득한 연인의 모습 아니었을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예수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져 있는 원인도 클 것일 테고, 예수 역을 맡은 할리우드 대형 배우들의 카리스마 돋보인 연기로 인한 선입견에서 비롯되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 이유야 무엇이 됐건, 막대한 투자와 오랜 촬영기간을 통해 선보인 태왕사신기의 아킬레스 건이 있다면, 그건 배용준의 연기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펼칠 연기 내용 또한 선 굵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광개토대왕으로서의 카리스마를 확보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배용준의 이전과 다른 종류의 카리스마를 태왕사신기에서 보고 싶다.
이런 '옥의 티'를 굳이 말함에도 불구하고, 태왕사신기가 한국 드라마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는 즐거운 기대만큼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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