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는 불운 속에 소속 팀이 패했지만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는 이상호(20, 울산)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상호는 28일 포항과의 준 플레이오프전서 1-2로 패한 뒤 인터뷰에서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골대를 맞춘 적은 처음이다"고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두 차례 모두) 슈팅을 잘 날렸다고 생각하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한 것이 패인이다. 수비에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했다"고 냉정하게 패인을 분석했다.
울산은 포항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올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큰 수확을 거뒀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 이상호가 이제는 팀을 대표하는 간판 선수로 훌쩍 커버린 것이다.
올 해 있었던 두 차례의 대표팀 경험은 이상호의 축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이상호는 지난 7월 캐나다에서 열렸던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발재간을 선보이며 축구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16강 토너먼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상호는 청소년 대회에서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곧바로 올림픽호에 승선하게 된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1차전에서 귀중한 동점 헤딩골을 터뜨리며 박성화 감독의 부름에 화답했다.
이후 이상호는 K리그에서도 한층 수준높은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전반기 6경기 중 3경기 선발, 3경기 교체 출전에 무득점을 기록한 이상호는 후반기 들어 11경기(플레이오프 포함) 가운데 1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선발로 출전해 3골 1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9월 29일 수원과의 홈 경기와 21일 대전과의 6강 플레이오프 등 중요한 경기마다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끌며 유럽으로 떠난 이천수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주전 공격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힝들게 올 시즌을 보낸 울산이지만 염기훈, 양동현이 제 컨디션을 찾고 이상호까지 가세한다면 다음 시즌 우승 후보로 충분한 전력이라는 평이다.
이상호 역시 "지난 해에는 낯선 플레이를 많이했다. 내 생각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 잘 한 것은 되새기고 못 한 부분은 연습을 통해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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