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영화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줬던 손예진이 영화 '무방비도시'로 돌아온다.
광역수사대와 기업형 소매치기 조직의 한판 승부를 다룬 이번 영화에서 손예진이 맡은 역할은 카리스마와 섹시함으로 무장한 소매치기 조직의 리더 '백장미'.
영화를 시작하고 변신의 폭이 가장 큰 만큼 개봉을 앞둔 손예진은 긴장하고 있었다. 관객들이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다며 개봉일이 다가오니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고 귀엽게 이야기한다.
어떤 질문에도 유쾌한 답변을 들려주는 그녀는 평소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내가 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백장미'라는 캐릭터의 몸짓, 말투 전부 내가 해 본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거절을 했는데, 이후 우연히 다시 보게 됐다. 다시 보니 카리스마, 섹시함 뒤에 백장미의 아픔같은 것이 보이더라. 그 사이에 시나리오도 더 완성도 있게 변하기도 했고. 그래서 한다고 했다. 어떤 시나리오든지 인연이 있다고 한다. 이번 역은 내가 해야되는 역이었던 같다.
-최종 편집본을 봤나?
"나는 어떤 작품이든 기자 시사회 전에 먼저 보지 않는다. 기자들과 같이 보는 것이 처음이다. 그래서 시사회 후 기자회견은 거의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찍은 영화를 처음 보는 거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저 장면은 왜 저렇게 연기했나? 등등 많은 생각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후시 녹음하면서 내가 나오는 장면만 약간 봤는데, 변신한 내 모습이 너무 당황스럽더라. 나도 내 모습이 이렇게 어색한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다."
-이번 변신이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촬영하는 동안은 소소한 재미가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평소 안해 본 나쁜(?) 짓을 할 때 카타르시스같은 것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재미있었다. 극 중 부하의 뺨을 철썩철썩 때리는 장면과 면도칼로 사람들의 가방을 찢고 돈을 훔치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배우가 아니라면 언제 그런 일을 해보겠나. 그런 점이 배우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다."
-'이쪽 길이 내 길이다'라고 생각한 때는 언제인가?
"'연기를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아무 생각이 안날 정도로 배우가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운도 좋았던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막연히 연기가 하고 싶었다. 연기로 내 안의 뭔가를 보여주고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하고 싶었던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연기를 할수록 내가 성숙하고 있고, 내면에 뭔가가 쌓이는 것이 느껴진다. 직장 생활을 했다면 일과 주변 사람들에게 묻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적었을 것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내면에 있는 것을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보니 나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일반 직장인들이 정신적으로 공허함과 황폐함을 느끼는 것이 그런 시간이 부족해서인 것 같다. 주변 여건상 그들의 '그럴 수 없음'이 때때로 안타깝다."
-적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는 이혼녀 연기로 호평받았다.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을 텐데...(웃음) 어디서 연기의 도움을 받나?
"혹시 모르지. 알고 보면 진짜 이혼녀일지도(웃음). 평소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 내가 의외로 호기심이 많아 주변 사람들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많이 한다. '결혼한 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떨 것 같애?' 등등의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진다."
-내성적인 A형이라고 들었는데, 말을 참 잘하는 것 같다.
"내가 원래 일대일 대화는 잘한다(웃음)."
-배우를 하면서 성격이 바뀌지는 않았나?
"이 일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쑥쓰러워서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곤 했는데, 상대방은 내 맘같지 않더라. '저 애는 왜 저렇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 그래서 내가 먼저 다가가고, 먼저 말 걸고... 그런 성격으로 바뀌었다."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
"김희애, 김해숙, 이미숙 선배님. 결혼하고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김희애 선배처럼 되고 싶다."
-배우로써 목표가 있다면?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무조건 '최고의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우도 1등부터 차례차례 등수가 매겨진다고 생각했으니까(웃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다. 관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나를 보고 관객들이 내 작품을 선택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
조이뉴스24 이지영기자 jyl@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