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와 그를 쫓는 한 남자의 1박 2일을 긴박하게 그리고 있는 영화 '추격자'는 분명 남자들의 영화다.
살인마와 한 남자의 추격전이 전부인 영화 속에서 여배우들의 역할은 어쩌면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요출연진 중 드물게 여자인 서영희와 박효주는 적은 분량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의 뇌리에 자신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새겼다.
피해자로서의 공포를 관객들에게 전달했던 서영희가 비교적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렀다면, 박효주는 살인마를 잡는 적극적인 역할로 살인마의 공포와 불합리한 사회 제도로 인해 생기게 되는 또 다른 피해를 이야기한다.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날, 극 속에서 형사 오은실 역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린 박효주를 만났다.
-영화를 처음 보고 느낌이 어땠나?
"짜임새가 있다는 느낌. 영화의 완성도가 느껴졌다. 시나리오로 보는 것 보다 휠씬 잘 표현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스태프들의 남다른 고생이 보였다."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 자체도 힘든 신이 많은 데가(힘들다는 밤 신과 비 내리는 신이 많아서) 여형사 역할이니 고생이 뻔히 보였을 것 같은데.
"시나리오 보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 언젠가 TV에서 나홍진 감독의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고 반했다. 그래서 나 감독이 장편을 한다고 했을 때 무조건 출연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히려 나는 체력적으로 힘든 촬영을 하고 나면 몸이 더 개운해지는 느낌이 있더라. 운동하고 땀 흘린 후 느끼는 개운함 같은거. 결과적으로 이런 영화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이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드라마 '별순검'도 같이 촬영을 했던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여건상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특히 '별순검'에서는 주연인데.
"사실 전쟁이었다. 특히 스케줄 조정하기가 힘들었는데 나 하나 때문에 두 작품 모두 피해 입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별순검'은 낮 신이 많았고, '추격자'는 밤 신이 많아서 그렇게 겹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추격자'에 100% 에너지를 쏟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럼, 잠은 언제 자나? 너무 몸을 혹사시키는 거 아닌가?
"사실 내가 무슨 가수냐고? 그렇게 항변한 적도 있었다(웃음).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쉬고 있으면 몸이 더 아프더라. 바빠야지 더 건강한 타입이다. 그리고 '추격자' 촬영장에서는 에너지를 더 얻어왔던 것 같다. 그 촬영장은 뭐랄까? 수산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물고기들이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같다 오면 오히려 삶에 활력이 생겼다."
-영화에 여자 배우들이 거의 없다. 특히 형사들 속에서는 유일한 홍일점인데, 선배들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것 전혀 없었다(웃음). 하지만 응원은 많이 해주셨다. '효주야, 넌 할 수 있어'와 같은 응원. 힘든 신도 많았는데 나 자신이 여자니까 잘 못한다라는 시선을 받기 싫어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김윤석, 하정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김윤석 씨는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에서 한 번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평소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고마워하고 있다. 드라마 때부터 굉장히 '뜨거운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정우 씨는 사실 교류가 별로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극 속에서 서로 적대적인 관계라 일부러 더 거리를 뒀던 것 같다."
-최근 작품 속에서 시대는 다르지만 형사 역을 많이 하고 있다. 다소 중성적인 캐릭터인데, 그런 캐릭터들에게 끌리나 보다.
"남성적인 여성이라기 보다 강렬한 여성상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좋다. 그리고 같은 형사 역이지만 시대도, 캐릭터에도 차이가 있어 각각의 매력에 끌렸던 것 같다. '별순검'의 여진같은 경우 나에게 위로가 많이 되는 캐릭터였고, '추격자'의 오은실은 일에 치여 열정을 잃어가는 모습이 너무 공감이 갔다. 배우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궁극적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이제 시작이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왕가위 감독을 너무 좋아하는데 왕가위 영화는 언제든지 기대가 된다. 관객들도 내가 출연한 영화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고 찾게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조이뉴스24 이지영기자 jyl@joynews24.com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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