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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투수' 디키의 험난한 메이저리그 도전기


'기적의 투수' R.A. 디키의 인생 역정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팔꿈치 인대가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딛고 올시즌 다시 한 번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뉴욕타임스'는 장문의 기사를 싣고 그의 기적적인, 그리고 불운한 메이저리그 도전기를 소개했다.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 산하 트리플A에서 활약한 디키는 지난해 12월 룰5 드래프트를 거쳐 시애틀로 이적, 25인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진입을 노리고 있다. 같은 팀 백차승과는 자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인 셈이다.

디키를 표현하는 방법은 두 가지. 어떻게 보면 기적의 투수이고 어떻게 보면 억세게 운없는 불운한 투수다.

테네시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디키는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강속구 투수였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크리스 벤슨, 브래드 루퍼, 빌리 카치 등과 함께 미국 국가대표의 주축 투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1라운드 지명을 받고 당시로선 거금인 81만달러의 계약금을 제시받아 입단 절차를 밟으며 시련이 시작됐다. 공식 계약을 앞두고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오른팔꿈치 인대가 아예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인대는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즉 팔꿈치 인대가 없다는 사실은 팔의 윗부분과 아랫 부분을 연결해 고정하는 부분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팔꿈치 인대가 없이는 피칭은 물론, 극심한 통증 때문에 자동차 열쇠조차 돌릴 수 없어야 정상이라고 한다. 그는 그런 팔로 미국 국가대표팀을 지냈고 메이저리그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팔꿈치 인대가 닳아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없는 기형인지는 알 수 없다.

당황한 텍사스는 약속한 81만달러 대신 7만5천달러를 제시했고 디키는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인대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텍사스와의 계약을 거부할 경우 다른 팀에서도 입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디키는 그 때 심정을 "로또에 당첨됐다가 그 로또를 잃어버린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래도 2001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인대없이도 메이저리그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다만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기록한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결국 2004년 시즌을 마치고 자신이 변형 포크볼이라고 던진 구질이 너클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또 선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선 너클볼 투수로 변신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유명한 너클볼 투수였던 찰리 허프로부터 전통적인 너클볼 그립을 익혔고 지난해 트리플A에서는 13승6패 3.72의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특히 마지막 15경기에서는 9승2패 평균자책점 2.51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특히 인대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당첨된 로또를 분실했던' 디키는 지금은 오히려 그같은 사실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시애틀이 그에게 원하는 건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팀이 원하는 아무 때나 등판할 수 있는 투수. 간혹 팔꿈치 통증에 시달린 적은 있지만 다른 투수들처럼 선수생명이 걸린 인대부상은 당한 적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는 디키가 해낼 수 있는 역할이다.

34세라면 투수로선, 특히 마이너리그 투수로선 환갑을 넘긴 나이다. 하지만 디키는 "대부분의 너클볼 투수는 32세부터 40세 사이에 전성기를 누린다"며 여전히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때 자신을 실의에 빠뜨린 팔꿈치 인대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내게는 지금 그게 축복이 됐다"며 시련을 긍정으로 돌리고 있다.

인대가 없는 투수 디키. 올해 시범 경기에서 지켜봐야 할 인물이다.

/알링턴=김홍식 특파원 di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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