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젊은 호랑이' 이범석이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정말 아쉽게 놓쳤다. 9회말 투아웃까지 안타 하나도 맞지 않다가 내야안타 하나에 대기록 달성의 꿈이 날아갔다.
KIA 타이거스는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스와의 시즌 9차전에서 신예 이범석의 눈부신 피칭과 타선 작렬로 11-0 대승을 거뒀다. 전날 우리전 승리에 이어 2연승을 올린 KIA는 35승 43패가 됐다.
삼성은 믿었던 선발 배영수가 4이닝 4실점하고 조기 강판된데다 타선마저 이범석의 힘있는 피칭에 철저히 침묵, 영패 수모를 당하면서 2연패에 빠졌다. 5위 삼성은 38승 41패로 이제 4위 탈환보다 6위 KIA의 추격(2.5게임 차)에 신경써야 하는 서글픈 신세가 됐다.
9회말 이범석이 마운드에 오르자 '노히트노런'에 대한 기대감은 부풀어갔다. 그만큼 이범석의 이날 피칭은 완벽했다. 8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고 볼넷 4개만 허용한 채 삼진 8개를 곁들여 '노히트노런'을 이어왔다. 3회부터 8회까지는 아예 '퍼펙트'였다. 이미 스코어도 11-0으로 벌어져 이범석은 홀가분한 상태에서 충분히 대기록을 노려볼 만했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 뿐. 삼성은 수모를 면하기 위해 2번 우동균 대신 베테랑 양준혁을 대타 기용했지만 3루 땅볼로 물러났다. 다음 최형우는 헛스윙 삼진. 이제 한 명만 잡아내면 노히트노런이었다.
삼성 4번타자 박석민이 잡아당긴 공은 3루 베이스 뒤쪽에서 KIA 3루수 김주형에 걸려들었다. 깊숙한 타구여서 김주형은 전력송구를 했다. 그러나 정말 열심히 뛴 박석민이 간발의 차로 1루에서 세이프됐다. 이범석의 노히트노런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이범석은 다음타자 채태인을 좌익수플라이로 잡아내 1안타 완봉승은 따냈지만 얼굴에는 아쉬움이 잔뜩 남아 있었다.
만약 이범석이 그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면 지난 2000년 5월 18일 송진우(한화)가 광주 해태전에서 기록한 이후 8년 만의 대기록이 될 뻔했다. 송진우의 노히트노런은 정규시즌 10번째였다.
전날 광주 우리전에서 16안타로 12점을 뽑아내며 한껏 방망이를 달궜던 KIA 타선은 그 열기를 고스란히 대구구장으로 옮겨온 듯했다. 18안타를 봇물 터지듯 뿜어내며 11점이나 거둬들였다.
2회초 무사 만루에서 김선빈의 병살타 때 선취점을 올린 KIA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법한 분위기를 3회초 2점을 더하며 금방 활기찬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김종국의 안타와 도루로 만든 1사 2루에서 김원섭이 중전 적시타를 날려 추가점을 뽑고 이어진 2사 3루에서 장성호가 적시타를 보태 3점째 점수를 냈다.
4회초 김종국의 2루타로 1점을 추가한 KIA는 5회 김종국의 2타점 2루타 등 4안타 1볼넷과 상대 폭투를 묶어 4점을 몰아내며 사실상 승부를 확정지었다. 7회초 터진 대타 김주형의 스리런 홈런은 대승 축하포나 다름없었다.
9번타자 김종국은 5타수 5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을 주도했다.
삼성은 이범석이 초반 컨트롤이 흔들릴 때 안타 하나가 보태지지 않은 것이 뼈아팠다. 1회와 2회 각각 볼넷 2개씩을 얻어내 거푸 1사 1, 2루 찬스를 잡고도 후속타가 침묵해 주도권을 내준 것이 대패의 원인이었다. 박석민은 9회말 투아웃 후 내야안타 하나로 노히트노런을 면하게 해준 '영웅(?)'이 됐다.
경기 후 이범석은 "박석민의 내야안타가 나왔을 때 힘이 죽 빠졌다. 너무 아쉬워 그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완봉승을 해본 적도 없어 끝까지 던졌다"고 노히트노런을 놓친 아쉬움과 완봉의 기쁨을 동시에 나타냈다.
조이뉴스24 석명기자 ston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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