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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우결', 시간대 변경 약일까 독일까?


지상파 3사의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MBC는 오는 21일부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1부에 방송되던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와 2부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의 순서를 맞바꾼다고 밝혔다.

이번 시간대 교체와 관련해 '일밤' 제작진은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조금 더 늦은 저녁 시간대에 '우리 결혼했어요'를 방송하는 것이 좀 더 시청자분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제작진은 또 "이런 판단은 지난 한가위 특집을 통해 '우결'이 2부에 가는 것이 시청자 선택권에 좀 더 부합된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종합해 보면, '우결' 코너로만 1, 2부가 구성돼 지난 14일 방송된 한가위 특집에서 2부 시청률이 18.1%(TNS미디어코리아 기준)를 기록한데 반해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KBS 2TV '해피선데이'가 8.5%로 시청률이 급격히 하락한 것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우결'이 2부로 가는 속사정은?

'일밤' 제작진은 그동안 중장년층으로부터 은근히 인기몰이를 해오고 있지만 KBS 2TV '해피선데이'의 인기코너인 '1박2일'과 맞붙으며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못 노려온 '세바퀴'의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구상해왔다.

심지어 재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청률이 안 나올 경우 종국에는 코너 폐지 결정이라는 강수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때마침 '1박2일'의 인기가 주춤해지고, '해피선데이'의 전체 평균 시청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일종의 '행동개시'가 이뤄진 셈이다.

또한 최진영-이현지, 마르코-손담비, 환희-화요비 등 새로운 커플들이 투입된 '일밤' 1부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의 시청률이 8.7%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데에서도 제작진의 깊은 고민이 서려있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한가위 특집 2부는 기존의 '우결' 포맷을 그대로 활용한 게 아니었다. 추석을 맞아 시청자 서비스 차원에서 '우결'의 네 커플이 장기자랑과 커플 게임 등을 선보이는 일회성 이벤트였던 것.

따라서 이날 시청률이 크게 올랐다는 사실만을 놓고 '우결'이 '1박2일'과의 맞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우결'이 가진 자체 위기의식에 후발주자인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의 인기 급상승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1박2일'과의 맞대결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슷한 시간대 방송되는 코너들이 주로 젊은층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바퀴' 코너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삼아 차별화돼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시청률 반등을 노려볼 만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프로그램 분리 편성 의미 퇴색

깊은 내막이야 어떻든 간에 '일밤'의 이번 결정에 의문이 드는 것은 바로 프로그램 분리 편성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이다.

앞서 MBC는 지난 5월 단행된 프로그램 개편에 맞춰 '일밤'을 1, 2부로 나누어 편성했다.

그동안 방송 3사는 일요일 저녁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을 최대 155분까지 늘리며 기형적인 편성 관행을 보여 왔다.

이에 MBC 측은 "일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방송 3사간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내실 있는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찾아가기 위해 '일밤'을 1, 2부로 분리해 방송한다"며 "KBS와 SBS도 이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시간 늘리기 관행을 개선코자 시행한 분리 편성이 이제 와서는 특정 코너 띄워주기 내지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전락하는 듯한 모양세를 띠고 있다.

'우결'에 이어 '패떴'이 분리 편성 이후 시청률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이 그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물론 프로그램이 분리 편성되면서 생긴 중간 광고로 인해 시청률 집계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일부 제작진의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너의 분리 편성으로 인해 시청률 조사 결과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지고 '1박2일' 단일 코너가 아닌 '해피선데이' 전체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과 비교 분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와중에 '일밤'이 1부와 2부의 순서를 바꾸는 것은 결국 분리 편성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시청률 부침에 따라 언제든지 코너의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원래대로 돌아가 한 프로그램 안에 다수 코너가 존재함으로써 유연한 편성 전략을 꾀할 때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 '일밤' 제작진은 코너 신설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각 방송사별로 나름의 속사정은 있겠지만 시청률 지상주의 앞에서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 되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을 실질적으로 타파하는 솔선이 절실히 필요할 때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조이뉴스24 김명은기자 dra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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