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리얼 버라이어티의 성공을 좌우한다면 그 캐릭터를 만드는, 즉 캐릭터 메이킹의 역할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 코너를 이끌어 가는 나영석, 전성호 두 PD는 "제작진이 간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27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페어(ICCON 2008)'의 한 행사인 '컬쳐토크(Culture talk)-흐름'에서 이들이 밝힌 내용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지는 캐릭터가 결국 이를 표현하는 출연자들의 몫임을 설명해줬다.
서울 상암동 DMC '누리꿈스퀘어'에서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 '1박2일'의 나영석 PD는 "어떤 것이 정답이다 아니다 말할 수 없지만 나의 경우 캐릭터 형성에 전혀 간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 PD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의 캐릭터 메이킹이란 출연자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격을 발견하거나 혹은 찾아내는 작업으로 봐야 한다"며 "그 작업의 주체는 연출자가 될 수도 있고, 시청자 혹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른 멤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이승기의 '허당' 캐릭터는 김C가 이름을 붙여준 케이스"라며 "1박2일 동안 같이 지내다보면 각자의 독특한 면이 분명 보이게 돼 있는데 이승기는 실제로도 굉장히 허술하고, 은지원 역시 '은초딩'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소개했다.
다만 한번 이름이 붙여진 캐릭터라고 곧바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이를 어떻게 활용해 웃음을 유발하고 재미를 선사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출연자의 능력에 달려있다는 게 나 PD의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이승기가 '허당'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자신이 갖고 있는 '허당'의 이미지를 5분의 1수준에서 3분의 1수준으로 끌어올려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이를 연기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전성호 PD는 "우리 코너에 대해서도 '커플들의 유형을 보여준다' 혹은 '캐릭터를 잡는다'라는 표현으로 캐릭터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며 "결국은 관찰하고 나서 그 사람의 주된 모습이 무엇이냐를 보여주는 게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짜고 한다면 의욕은 있겠으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불가능하다는 불문율 같은 게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뭔가 나오게 하기 위해 이번 추석 특집에서 제작진이 캐릭터 메이킹에 간여한 적이 한번 있지만 그 외에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전 PD는 이날 캐릭터 교체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최근 커플 교체와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날 그의 발언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게 했다.
먼저 그는 "정형돈-사오리 커플의 하차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서로 안맞았다. 그러면 연기를 해야한다. 그래서 빼게 됐다"고 설명한 뒤 "캐릭터의 재미가 떨어져도 교체한다. 그러나 교체의 필요성은 출연자가 가장 먼저 느낀다. 자신들의 변화가 연출자나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면 그들 스스로가 먼저 프로그램에서 빠지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맞물려 이번 주와 다음 주 '이별여행'을 보여주게 됐다"고 밝혔다.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의 PD가 장외 대결을 펼친 이번 행사는 당대의 문화현상과 트렌드를 짚어보고자 마련된 것으로 이날 나영석 PD와 전성호 PD는 스토리 중심에서 캐릭터 중심으로 이동하는 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리얼 버라이어티 열풍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이뉴스24 /김명은기자 dra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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