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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슬픔보다~', 10대 향한 블록버스터급 뮤비


지난해 여름 극장가에서 '고사: 피의 중간고사'(이하 '고사')는 혹평 속에서도 1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영화산업 침체로 전체적인 제작편수가 급감하면서 국산 공포영화가 없는 틈을 타 재빨리 기획된 '고사'는 당시 거의 유일한 국산 공포영화로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고 오랜만에 등장한 학원공포물이라는 점에서 특히 청소년층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다.

11일 개봉을 앞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도 장르는 다르지만 타깃층은 '고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순간 부모형제를 잃은 남녀 고등학생이 "그 큰 집에 너 혼자 살면 아깝잖아"라는 한 마디로 동거를 시작하고 오랜 세월 함께 지내오면서 사랑이 싹튼다는 내용. 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병을 숨기고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빌어주고 여자는 남자 앞에서 행복한 척 가장하며 다른 남자에게 떠난다.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암환자인 케이(권상우 분)는 가끔 픽 쓰러질뿐 평소에는 너무 멀쩡한 모습이고 그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 크림(이보영 분)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제멋대로 구는 성격의 소유자다. 두 사람 모두 현실에서라면 각각 건강과 성격상의 이유로 사회생활이 어려울 사람들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번듯하게 잘 살아간다.

크림을 받아들이는 의사 주환(이범수 분)의 행동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주환의 약혼녀 제나(정애연 분) 역은 나름의 쿨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 당초 예정됐던 최송현보다는 정애연이 훨씬 잘 어울려 보인다.

이처럼 현실성과 깊이가 없는 캐릭터, 하이틴 로맨스 소설에나 있었을 법한 개연성 없는 상황, 너무 시(詩)적이라 낯간지러운 대사는 대부분의 성인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모자람이 많다. 또 제작사 인맥을 십분 활용한 수많은 카메오들은 마치 명절 특집 패러디 드라마처럼 산만함만 남긴다.

내용도 설득력이 없고 등장인물들에 한 순간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지만 애절한 발라드 음악과 어우러진 배우들의 눈물연기에 감수성 여린 청소년 관객들이라면 혹할 수도 있다. 특히 이승철의 노래는 그 자체로 인기를 끌며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멜로영화를 흉내만 냈을뿐 멜로영화의 미덕인 사랑하는 이들의 절절하고 깊은 감정을 담아내지 못한 채 판타지적 사랑이야기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3월에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와 함께 한국영화가 단 2편 개봉된다. 최근 장르가 편중돼 멜로물이 극히 드문 상황에서 등장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고사'에 이어 또 한번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일이다.

조이뉴스24 유숙기자 rer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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