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故장자연의 죽음이 연예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중심에 서 있다.
초기 단순 변사사건으로 여겨졌던 고인의 죽음이 연예인의 술시중-성상납 의혹이라는 연예계의 어두운 커넥션과 연기(緣起)되면서 그 울림이 커지고 있다.
세상 일이 그 원인과 결과가 서로 맞대고 연계되어 있듯 결국 연예계의 숨겨진 치부가 젊은 여자연예인의 죽음의 배경으로 떠 오르면서 또 한번 한국 사회를 뒤흔들기 일보직전이다.
그런만큼 세간의 온갖 시선은 경찰 수사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경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지켜보면 변죽만 울리고 사건의 실체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핵심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술시중-성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유력인사 명단 확보와 수사에 있어 경찰은 수세적이다.
더구나 명단 확보여부를 놓고 경찰은 '오락가락'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5일 첫 사건 브리핑에서 문서에 등장하는 실명 인사들의 명단(리스트)을 확보한 듯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말을 바꿔 "언론사로부터 특정인물 이름은 지워진 채로 문서를 전달 받았다. 유력인사 누구의 이름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본보 17일자 보도).
이후엔 "KBS 보도문서중 유력 인사의 이름이 지워진 채 전달 받았다고 했는데 일부는 지워지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가, 오늘(19일) 브리핑에서는 "(현재)우리가 갖고 있는 리스트는 없다. 다만 일부 관계자 실명은 있다" 는 둥 '리스트'와 '실명'의 해석 차이를 놓고 모호한 해명과 답변으로 일관했다. 경찰 스스로 유력인사 명단 확보 여부를 놓고 '말바꾸기'를 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 경찰은 지난 13일 KBS가 단독 확보한 장자연 문서를 근거로 방송사 PD 등 유력인사 10여명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한 이후 '문서가 고인의 친필일 가능성이 높다'는 국립과확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를 받은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성상납 의혹 대상자 확인은 제쳐두고 엉뚱한 인터넷 유포자나 문건 유출, 유족들의 명예훼손 고소건 수사 등 변죽만 울리고 있다.
경찰 수사가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경찰 외압설', '가짜 장자연리스트' 등이 떠돌면서 의혹만 더 키우고 있는 꼴이다.
현재 고인이 술자리 시중과 성상납 강요를 받았다는 진위는 휴대전화 녹취나 평소 절친했던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일부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고인이 죽음을 통해 고발하려던 이들 인사들의 명단 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故장자연의 죽음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를 애써 덮어두고 가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연예계 종사자나 기획사 대표들은 술시중과 성상납은 오랜 과거의 일이며 요즘은 거의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항변한다.
또한 이러한 관행은 일부 음성적 연예매니지먼트의 그릇된 소행이며 이를 두고 전체 연예계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읍소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사소한 시비거리를 전체인 양 침소봉대해서는 안될 말이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을 올바로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더 불행한 일이다. 또한 술시중과 성상납 강요는 사소한 시비꺼리가 아니며 분명 힘없고 나약한 한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는 사회적 범죄행위다.
이번 사건을 부끄러운 치부라서 외면하고 극소수의 일인 양 호도해 공리공담(空理空談)으로 대응하고 도려내지 않는다면 제 2, 제 3의 장자연 사건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계가 더 투명하고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도 묘연해 질 수 밖에 없다.
경찰이 명단확보와 진위 수사에 더 적극성을 띠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명단에 언급된 유력 인사들이 파렴치범으로 내몰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도 경찰이 더 이상 '장자연리스트' 유포자 수사 등 변죽만 울리지 말고 사건의 핵심수사를 통해 명명백백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
조이뉴스24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사진 김정희기자 neptune07@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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