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졌다면서요? 우리가 나갔어야 했는데…"
8일 오후 성남 종합운동장,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피스컵 코리아 2009' A조 2라운드를 앞두고 성남 일화 관계자들은 앞서 중국에서 열린 '2009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FC서울-산동 루넝의 경기 결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서울의 0-2 완패라는 경기 결과가 전해지자 성남의 일부 프런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울이 왜 패했을까' 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구단 직원은 전날 수원 삼성이 상하이 선화에 1-2로 패한 것까지 거론하며 "K리그에서 강팀으로 취급받는 서울이나 수원이 중국팀에 패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15개 구단 모두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동병상련의 입장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성남의 박규남 사장만큼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취재진이 서울의 경기 결과를 알려주자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있어야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박 사장은 "우리는 경험이 많아서 챔피언스리그에 언제든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우리가 나가면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단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성남은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아클럽선수권(1995년)과 아시안슈퍼컵(1996년)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2004년 한, 중, 일 3개국 프로팀 간 경기인 A3 챔피언스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규남 사장이 괜한 자신감을 보인 것이 아니다.
꼭 우승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7년에는 우라와 레즈(일본)와 4강에서 만나 2무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더 큰 아픔은 2004년, 성남 역사에서 '비극 중의 비극'으로 기록될 준우승도 있었다. 성남 프런트의 표현대로라면 '기억하기도 싫은'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의 챔피언스리그 챔피언결정전이 그렇다.
원정 1차전에서 3-1로 승리한 뒤 2차전 홈에서 어처구니없게 0-5로 대패하며 그렇지 않아도 추위를 참아가며 관전하던 2만5천여 홈 팬을 얼려버린 아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후 차경복 감독은 패배의 충격으로 사임했고 김학범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는 8월까지 탄천종합운동장의 지붕 공사로 인해 현재 성남이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성남종합운동장은 알 이티하드와의 비극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은 현장이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프런트는 "골을 먹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 그 때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라도 올 시즌 꼭 좋은 성적을 거둬서 아시아 무대로 나가 서울, 수원의 패배를 복수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며 입맛을 다셨다.
'복수'를 하려면 K리그에서 승리가 필요할 터지만 애석하게도 성남은 '비극의 현장'에서 아직 1승도 못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세 경기를 치러 1무2패를 기록하는 등 성남종합운동장과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8일 인천과의 경기서도 1-1로 비겨 신태용 감독의 첫 승 세리머니는 또 다시 연기됐다. 고사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조이뉴스24 성남=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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