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2009 K리그 5라운드 강원FC의 강릉 홈경기. 전반 36분 페널티킥 기회가 주어지자 최순호 감독은 코칭스태프에 "누가 키커로 나서느냐"고 물었다.
곧이어 '이을용'이라는 응답이 흘러나왔고 최 감독은 "오늘만 바꿔보자"라며 개막 후 골 가뭄에 시달리던 내셔널리그 최고 골잡이 출신 김영후(26)를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게 했다.
최 감독은 김영후의 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페널티킥을 차게 했다. 지난달 14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도 오하시 마사히로가 실축한 페널티킥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지만 당시는 그렇게 배려해주지 않더라도 곧 골을 기록할 것이라는 생각에 김영후를 내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김영후가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넘도록 도움만 2개 기록하며 골을 넣지 못해 부담을 느끼는 것이 보였고, 최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페널티킥이라도 넣어서 골 감각을 찾으라는 보이지 않는 배려였다.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김영후는 후반 32분 윤준하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 시절부터 김영후를 잘 알고 있는 최 감독은 "신인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 김영후에게 딱히 뭐라고 말을 해주지는 않았다. 스스로 잘할 것으로 생각했고 골을 넣은 만큼 앞으로 팀에 좋은 영향으로 작용할 것 같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시즌 개막 후 골이 안 터져도 처음에는 김영후의 마음은 편안했다. 그러나 점점 골이 안 들어가자 농담이 줄었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도 사양할 정도가 됐다.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데 인터뷰를 해서 무엇하냐는 생각에서다.
강원FC 관계자는 "김영후가 시즌 시작 후 농담도 참 잘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았다. 골이 터지고 난 뒤 공식 인터뷰를 앞두고 동료를 향해 농담을 던지는 것을 보고 이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영후의 골에는 '슈퍼 서브' 윤준하의 양보도 한 몫 했다. 후반 11분에 정경호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윤준하는 김영후의 추가골을 만들기 위해 슈팅보다도 패스에 집중했다.
최 감독은 "후반 44분 윤준하가 절호의 공격 기회를 잡았고 단독 슈팅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김영후에게 패스해 기회를 무산시켰다. 어떻게 보면 '영후형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임무가 골보다 동료에 도움을 주면서 경기 분위기를 바꿔놓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윤준하 입장에서는 당연한 패스였을 터, 도움을 기록한 뒤 "드디어 영후형을 도왔다"라며 좋아했다. 윤준하는 지난달 21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3라운드에서 김영후의 머리로 도움을 받아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은혜(?)를 입은 바 있다.
김영후는 "골 감각이 돌아왔고 슬럼프가 길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기여하겠다"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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