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타이거는 MBC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가 낳은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그는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두 거장(유재석과 아내 윤미래)의 회오리에 휘말렸다"고 너스레를 떤 드렁큰타이거는 "'무한도전'이 날 키워준 게 기분 좋고 부정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날 보는 게 느껴지고, 많은 이들이 알아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우선 인정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한도전' 이전에 10여년 간 자신을 지지해준 팬들이 있었다. 그가 늘 말하는 대로 자신은 '100만장 팔던 시대에 20만장 팔아 망한 가수'지만 그의 오늘이 있게 유지해준 고정팬들에 대한 예의가 그의 화두였다. 그래서 '무한도전'에 무한한 고마움을 전하면서도 그는 조심스러웠다.
"불황에도 날 끝까지 지켜준 건 고정팬들입니다. 제 음악을 공유하고 기다려주는 이 친구들의 힘, 그들에 대한 눈물겨운 고마움만큼은 새삼 새록새록 다가옵니다."
드렁큰타이거라는 거장에게 '한 방에 떴다'는 비아냥을 해서 안 되는 건 10여년 간 20만장이라는 일직선을 유지해준 고정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그의 '무한도전' 도전기는 이미 많은 통로를 통해 알려졌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면, 그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았고, 진지한 음악에의 도전이 좋았으며, MBC '놀러와' 때 인연을 맺은 유재석에 대한 믿음이 컸기에 기꺼이 참여했다.
물론 걱정도 많았다. "제일 재미없는 인물을 골라서 방송 분량 안 나오면 어떡하냐고 걱정도 많이 했고 죄송한 마음도 많이 들었어요. 숫기도 말주변도 없는 저니까요."
하지만 그의 분량은 유재석의 자연스런 이끌어냄에 의해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으로 살아났고, 아내 윤미래는 예의 폭발적 라이브 실력을 발휘, '역시' 라는 감탄사와 함께 '부부의 재발견'이란 성과를 얻었다.
과연 '무한도전'의 수혜자이기도 한 드렁큰타이거는 요즘 가요계 화두라 할 수 있는 "무도 가요제를 통해 발표된 '냉면'(명카드라이브), '렛츠 댄스'(Let's Dance, 퓨처 라이거) 등의 곡들이 가요 차트를 점령해버린 기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의 성찰이 돌아왔다.
첫번째는 가요계가 느끼는 허탈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의 생각이었다. 한 곡이 금방 잊혀지고 또 새로운 곡이 나오는 이 빠른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공들여 낸 곡들이 '무한도전'의 이름으로 나온 곡들에 밀리면 허탈할 수 밖에 없을 거란 동종업계 종사자로서의 공감과 안타까움이다.
하지만 두번째로 그가 제시한 답들은 더욱 명쾌하고 발전적이었다. 물론 자신이 참여해서만은 아니라는 전제 하에 한 말이었다.
"이제 CD의 시대는 지났다는 우울한 사실을 수긍해야 할 때 가능성을 봤습니다. 사람들이 뭔가 자극을 받고 감동을 받으면 CD를 사는구나 하는 것, 그런 면에서 고무적인 일입니다. 분명히 불황이 왔지만 '사람들의 어딘가에 있는 스위치를 움직이면 마음이 움직이는구나, 가능성이 있구나 하는 걸 배웠습니다."
그 스위치가 무엇이었을까. 드렁큰타이거는 음악 본연의 것을 보여준 것을 통한 감흥을 꼽았다. "너무나 당연해서 그 동안 잊고 있던 것들이 보여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클릭해서 듣고 버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 한 곡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연습하고 녹음하고 공연하는 모든 과정을 보며 즐거움을 얻지 않았을까요. '아, 한 곡이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신선한 접근이 음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 건 아닐까요?"
드렁큰타이거는 '이런 과정을 거쳐 즐거움을 주는데 앞으로는 절대 불법 다운로드 받지 않겠습니다'는 내용의 쪽지를 보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도 털어놨다.
'사람들이 가슴 속에 낭만을 원하는구나. 우리가 노력하면 그들이 움직여주겠구나' 하는 짜릿한 희열이 그를 채웠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8집 곡 '몬스터'와 '트루 로맨스'에 대한 팬들의 빠른 움직임이 그를 행복하게 한다. 드렁큰타이거 8집의 '스위치' 역시 켜진 것이다.
특히 '트루 로맨스'는 소리없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고, KBS '뮤직뱅크'에서는 아직 방송도 안 했는데 4위에 랭크됐다니 놀라운 결과다.
"팬들이 나이를 잊고 돌아오고 있는 건 아닐까요? 방송을 통해 '아, 저 사람(그래, 예전에 저 사람 음악 좋았지, 신곡 나왔다니 한번 찾아 들어봐야지 하는)!' 하고 움직여주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사람들은 낭만을 '잊고' 있었지 '잃고'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그의 '스위치론'은 결국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은 면을 찾으려는 그의 노력의 성과이기도 하다.
"예전엔 부정적인 걸 많이 봤다면 이제 긍정적인 걸 많이 봅니다. 병과 싸우면서 더 치열해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여유가 생긴 건 확실합니다. 내 아이의 눈빛에서 찾은 여유일 수도 있죠. 멋진 말들만 찾아다녔지만, 시시하고 흔해빠진 말들이 진짜였습니다. 길은 많이 있습니다."
드렁큰타이거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스위치를 찾으려 노력하겠다. 음악으로 행복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끝으로 반전 혹은 드렁큰타이거다운 선전포고, "무대에서는 내가 날 컨트롤 못합니다. 곡에 따라 '몬스터'가 되기도 하고 변화무쌍하죠. '무한도전'에서 보여진 제 이미지로만 저를 보지 마세요.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말처럼, '무대는 무대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 무대에서는 또 다시 미칠 거니까요."
조이뉴스24 박재덕 기자 aval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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