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두산을 꺾었다. 롯데로선 2000년 10월 15일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 이후 무려 3천271일만의 감격적인 가을 야구 승리다.
롯데는 29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서 선발 조정훈의 7.2이닝 2실점 호투와 화력의 막판 뒷심으로 7-2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롯데는 여러 면에서 두산에게 우위를 드러내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선발 싸움에서 조정훈이 어깨 통증으로 4회 강판한 니코스키를 압도했고, 톱타자 경쟁에서는 김주찬(5타수 3안타)이 이종욱(4타수 무안타)에게 완승을 거뒀다. 3번 타자 대결도 조성환(4타수 4안타 1볼넷)이 김현수(4타수 2안타(1홈런))에게 판정승을 챙기는 등 투타 전반에서 두산보다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이 중 가장 다행스러운 점은 롯데의 '시한폭탄'으로 평가받았던 '실책'이 한 차례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일한 실책은 8회말 2사 1루서 김현수의 좌중간 안타를 잡은 좌익수 김주찬이 3루로 악송구를 한 것 뿐이다. 게다가 3루수가 놓친 볼을 투수 강영식이 잘 커버하며 막아내 후유증도 김현수의 2루 진출(3루 주자 고영민은 홈을 밟지 못했다)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이날 경기 전 두산 김경문 감독은 '실책'을 이번 시리즈 중요한 승패의 요인으로 손꼽았다. 김 감독은 "단기전이고 큰 경기 때 디펜스를 잘해야한다. 어이없이 실책이라도 나오면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 또 우리가 롯데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이 부분밖에 없다"고 경계령과 함께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바꿔말하면 롯데의 실책을 이용하겠다는 표현이다.(두산은 시즌 67개의 실책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으며 롯데는 87개로 실책이 가장 많은 팀이다)
실제로도 김 감독은 이종욱과 고영민 '발야구 멤버'를 1, 2번에 배치해 도루와 큰 폭의 리드로 조정훈의 포크볼을 묶고, 롯데의 내야수비를 흔들 작정이었다. 물론 두 선수의 부진으로 발야구를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김 감독은 애초에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선수 기용과 작전을 편 것이다.
하지만 롯데는 실책을 최소화하면서 자멸을 애초에 막아냈다. 발야구에 당황하지 않더라도 롯데는 시즌 중 뜬금없는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이날 1루수 이대호, 2루수 조성환, 3루수 정보명, 유격수 박기혁은 조정훈의 포크볼로 양산된 두산의 땅볼을 완벽히 처리하며 안정된 내야수비를 선보였다.
특히 4-2로 아슬아슬한 접전을 벌이던 8회말 2사 만루서 대타 정수빈의 뷸규칙한 3루 땅볼을 침착하게 잡아내 1루로 매끄럽게 송구한 정보명, 7회말 무사 1루서 손시헌의 땅볼을 완벽하게 병살 처리한 조성환, 수 차례 까다로운 타구를 모조리 아웃으로 연결시킨 박기혁의 호수비 등은 이날 롯데가 '실책의 악몽'서 탈출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두산도 내외야 수비에서는 이렇다 할 실책은 범하지 않았으나 4회초 선취점을 내줄 때와 6회초 결승점을 내줄 때 각각 나온 폭투와 패스트볼이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쳐 땅을 쳐야 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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