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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의 Kiss&Cry Zone] LG 신인 신정락이 홈피를 닫은 까닭은?


'잠시 탈퇴합니다.'

새해 들어 미니 홈피를 체크하다가 쪽지 하나가 와 있는 걸 발견했다. 열어보니 신정락(LG, 23)이 보낸 단체 쪽지였다. 원래 홈피 관리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굳이 탈퇴까지 해야 할 이유가 궁금했다.

며칠 뒤 LG 신년 하례식 현장에서 신정락을 만나 물어보았다. '1촌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가 그 이유였다.

예전만 해도 스타 선수들과 글로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인터넷 발달로 팬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간단히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이름 석자만 검색하면 그 선수의 사생활을 엿볼 수도 있게 됐다. 좀 더 적극적인 팬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말을 적어 '친구 맺기' 클릭을 하는 수고(?)도 불사한다.

물론 상대가 신청을 받아줘야 인터넷상 친구 되기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팬들의 요구를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쏟아지는 1촌 신청 세례를 어디까지 범위를 정해 수락 혹은 거절을 해야 할 지 고민이 쌓여간다.

2010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행사 당일 직후 몰려드는 자신의 홈피 방문자 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처음엔 마냥 신기했고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놓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부담도 되고 진짜 친한 친구끼리만 공유하고 싶은 부분까지 공개되면서 적잖은 불편함도 생겼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대부분 스타급 선수들은 신청 대기 명단 자체를 무시(?)하고 자체 선별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자신의 미니 홈피를 팬들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해버리며 팬 관리에 나서기도 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입단했음을 축하하는 메시지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소감을 일일이 적어 주는 팬들이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신정락은 그런 것에 마음을 뺏길 여유도 관심도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도 처음엔 신청하면 다 받아줬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웃음) 제 진짜 친구들하고도 분간이 가질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접었죠."

원래부터 신정락의 미니홈피는 글이나 사진 한 장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방치 수준이었다. 이전부터 크게 신경쓰거나 관리하지 않고 있던 터라 쉽사리 폐쇄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자가 "고졸 신인선수들은 (홈피에) 목숨 걸던데. 팬도 생기고 인기가 높아지니까. 그런데 신정락 선수는 그럴 나이가 아닌 것 같네요"라고 말하자 신정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를 느낄 나이도 아닐 뿐더러 잘해야 하는 것은 야구일 뿐, 팬 관리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신정락은 쉬는 날이면 컴퓨터나 인터넷을 하기보다는 여자 친구와 영화관람을 하거나 집에서 뒹굴거리며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집에 있을 때 유일한 낙은 '드라마 시청'이란다.

평소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앞에 나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2010 신인 전체 1번으로 지명을 받은 뒤에는 본의 아니게 인터뷰 기회도 늘었고 또 팀을 대표해 앞에 나서야 하는 상황도 잦아졌다. 그 때마다 부담이 컸는데 그것도 자꾸 하다 보니까 요령도 생기고 적응이 되는 걸 느끼겠다면서 자신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오는 희한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며 배시시 웃었다.

"그냥 질문에 답하는 건 떨리지 않는데 마이크를 갖다 대거나 카메라가 있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난감해요. 준비를 하고 외워와도 막상 하려면 생각이 나질 않아요.(웃음)"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하지만 그 속엔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무장된 무서운 카리스마를 감춘 것이 신정락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올 시즌 1군 엔트리에 드는 게 1차 목표죠. 우승이나 팀 목표를 제가 감히 이야기하는 건 건방진 게 아닐까요? 전 제가 해야 할 몫만 열심히 하는 게 우선라고 생각해요."

2010 시즌 스스로가 정한 15홀드 목표를 달성하고 자타가 인정하는 LG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인재로 인정받은 뒤 신정락이 다시 개인 홈피를 활짝 열길 바란다.

'이제 팬 관리 한 번 제대로 해보겠다'는 쪽지를 신정락으로부터 받는 그 날을 기다려 본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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