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시즌 두산의 한 줄기 희망으로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가 있다. 바로 홍상삼(20)이다. 예상치 못한 2년차 신예의 호투에 코칭스태프는 놀라운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고, 이후에도 홍상삼은 나름 쏠쏠한 투구를 펼쳐주면서 두산 선발로테이션의 청량제로 거듭났다.
5월 2일 롯데전에 첫 1군 무대에 오른 홍상삼은 5이닝 1실점 투구로 생애 첫 프로 1승을 경험한 이후 8경기서도 패없이 4승을 보태며 단숨에 5승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시작만큼 끝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시즌 중반 이후 넘치는 자신감으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프로 선배들의 벽은 녹록지 않았다. 유인구에 곧잘 돌아가던 헛방망이도 줄어들었고, 조금이라도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 여지없이 두들겨맞았다.
결국 8월 4일 롯데전 6이닝 무실점으로 9승째를 올린 뒤 홍상삼은 정규시즌에서는 더 이상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후반에는 간혹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9월 23일 히어로즈전 마지막 등판 때까지 마의 10승 벽에 가로막혀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2009시즌 홍상삼의 최종성적은 30경기(선발 25경기) 등판, 117이닝 투구, 9승 6패 3홀드 평균자책점 5.23. 8월초에 올린 9승에서 근 50여일간 1승도 추가하지 못한 셈이다.(10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는 제외)
그래서인지 시즌 후 홍상삼은 '9승' 소리만 들으면 고개를 떨군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프런트와 취재진, 지인들까지 홍상삼만 만나면 "10승을 못해서 아깝다"고 말을 건네니 그야말로 고역이다.
며칠 후면 두산이 2010시즌을 대비하기 위한 전지훈련을 떠날 상황에서도 '9승'이 계속 귓가를 맴돈다. 이 때 즈음에는 전지훈련 목표을 묻는 질문이 빠지질 않고, 필연적으로 지난 시즌 9승 얘기가 나오는 탓이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홍상삼은 이에 대해 "어이쿠, 또..."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사실 홍상삼으로서는 딱히 10승 문턱서 거푸 쓴맛을 본 이유가 없었다. 평소대로 던졌는데 지독한 불운으로 1승을 보태지 못한 것 뿐이다. 당시 9승째에 정체돼 있을 때 홍상삼은 "나도 정말 미치겠어요"라고 울상을 짓기도 했다.
그래서 홍상삼은 시즌 목표로 몇 승을 하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그렇게 1승을 보태려고 애를 썼는데 안되는 것을 보고 그는 "역시 야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아요"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홍상삼은 "몇 승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9승 했으니까 15승이 목표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라며 "정말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열심히 해서 지난 시즌보다는 잘 해내야겠죠"라고 말을 아꼈다.
9승 투수. 결과적으로는 사실상의 신인 첫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적이지만, 그 과정 때문에 홍상삼은 찜찜한 한 해를 보내고 2010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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