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진행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배철수가 청취자들이 원하는 때 방송을 그만둘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다.
배철수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배철수의 음악캠프' 20주년 기념 100대 음반 및 서적 '레전드' 출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팝전문 라디오프로그램으로 20년 동안 명성을 쌓아온 장수 프로그램.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배철수는 "20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르게 갔다. 20년 동안 행복하게 방송했기 때문에 '나만 행복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또 언제까지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스스로 사퇴는 할 수 있겠지만 당분간 그런 일 없을 것 같다. 방송을 오래 하느냐, 빨리 그만 두냐는 방송사 사장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 고위층, PD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청취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내 방송 듣기를 계속 원하면 계속 할 것이고 찾지 않으면 그만 둘 것 같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매스컴을 타고 그런 것을 즐기는 성격이 못된다. 사실 방송 20년을 조용히 지나가고자 했다.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삶을 자꾸 축소하고 단순하게 하려고 한다. 일이 커지고 책이 나오고 음반 100장 나오고 기자회견을 하게 되니깐 이쯤에서 은퇴해줘야 진짜 멋있는데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이어 "주변에서 10년은 더해서 30년을 채워야지 하는데 10년은 정말 길다. 방송은 6개월 동안 개편하는데 개편될 때마다 6개월 동안 즐겁게 방송하자고 한다. 사실 지금 그만둬도 좋다고 생각한다. 방송하는 것이 나에게도 재미없고 사람들에게 도움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그만둘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철수는 "1년 365일 나가는 방송에서 매일 최선을 다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20년 동안 내가 몇 가지 정한 원칙이 있다. 무엇보다 내 프로그램에서 나가는 음악은 모르는 상태에서 나가는 음악 거의 없다. 방송 들어가기 두 시간 전에 꼭 그날 나오는 음악을 듣고 공부한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배철수는 또 "10대 때 방송을 듣던 친구가 30대가 되고 20대 때 듣던 친구가 40대가 됐다. 가끔 두려운 생각도 있다. '이런 사람이 됐다'고 글을 보내면 두렵다.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건 두려운 일 아니냐. 음악을 트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배철수는 "내 음악을 듣고 단 1%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게 나한테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밝은 음악을 틀고 실없는 농담 많이 한 것 같다. 내 방송을 듣고 즐거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배철수는 팝 음악의 역사를 빛낸 세계 팝앨범 중 고심을 거듭해 선택한 100장의 음반을 발매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시작으로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을 거쳐 프란츠 퍼디난드까지, 1950년대부터 2000년대를 10년 단위로 끊어 DJ 배철수가 직접 각 시대별로 중요한 음반들을 엄선했다. 이와 함께 서적 'Legend: 배철수의 음악캠프 20주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도 출시한다.
음반은 8일 전국 레코드 매장에 전시될 예정이며, 100장의 각 음반마다 배철수의 코멘트를 담은 윙을 새로 제작해서 리패키지 된 형태로 발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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