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봇물처럼 터진 외도 스캔들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타이거 우즈는 20일 플로리다주 폰트베드라 비치의 PGA투어 본부에서 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짙은 색 싱글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나타난 우즈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하는 한편 보다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우즈는 "모든 사람들이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나의 행동을 비난하는 게 당연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나는 충실하지 못했고 바람을 피웠으며 비난받을 사람은 나"라고 책임을 인정했다.
우즈는 자신이 큰 성공을 거둬 주변의 유혹을 즐길 자격이 있다는 생각에 빠졌지만 이는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말해 자신에 대한 주변의 유혹이 심했음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우즈는 자신이 최근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치료를 받았으며 당장 21일부터 재활 치료를 다시 시작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즈는 지난해 11월 27일 일어난 교통사고 경위와 자신의 외도 행각 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사항을 알고 싶어하지만 그 문제는 자신과 아내 사이의 문제로만 남게 해달라며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골프대회 복귀에 대해서는 "언젠가 복귀하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올해 복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참회와 사과를 전한 우즈는 일정 대목에서는 화가 난 듯 목소리에 힘을 주기도 했다.
첫 번째는 자신의 부인 노데그렌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알려진 부분. 우즈는 자신의 아내가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고 시련을 견뎌냈다며 자신의 아내는 비난보다는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번째는 금지약물 사용 소문으로, 우즈는 자신이 결코 금지약물을 사용한 적이 없으며 그와 관련된 소문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성멍서를 발표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PGA 투어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대회가 열리는 날. 액센추어는 스캔들이 터진 뒤 우즈에 대한 광고 후원을 가장 먼저 중단한 기업이다.
프로골퍼 어니 엘스는 대회와 겹쳐 일정을 잡은 우즈에 대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지만 우즈는 이미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우즈는 약 13분 동안 성명서를 읽은 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자신의 어머니 쿨티다 우즈를 한참 동안 포옹했으며 주변 지인들과도 가볍게 포옹한 뒤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장소에는 일부 기자와 PGA 투어 팀 핀첨 커미셔너, 우즈의 가까운 친구들만이 참석했다. 우즈의 아내 엘린 노데그렌은 참석하지 않았다.
스웨덴에서 사위의 사과성명을 지켜본 노데그렌의 부모는 "지금으로선 할 말이 없다"며 입장 발표를 미뤘다.
우즈에 대한 후원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스포츠 용품 업체 나이키사는 "그가 빨리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지지 성명을 발표했고 또 다른 기업체인 비디오 게임제작 업체 'EA 스포츠'는 "가족에 집중하고 삶을 재건하려는 우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알링턴=김홍식 특파원 di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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