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전체에 '기필코 승리하리라'라는 가사의 응원가가 쉴 새 없이 울려퍼졌다. 올 시즌 개막 후 K리그 15개 구단 중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2무4패) 있던 대전 시티즌의 '1승' 기원 주제곡이었다.
대전은 승리를 위해 등번호를 대거 교체하고 원정 유니폼의 색상도 흰색으로 새로 맞추는 등 전면적 쇄신으로 기를 충전하며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염원했다.
대전의 간절한 바람을 승리의 신이 들었을까, 대전이 17일 오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쏘나타 K리그 2010' 8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승리 가뭄을 해갈했다.
첫 승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네덜란드 대표팀의 공격수 뤼트 판 니스텔로이(함부르크SV)와 체격 조건 및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해 '박니'라는 별명이 붙은 장신 공격수 박성호였다. 박성호의 결승골을 잘 지킨 대전은 꼴찌 탈출과 함께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으로 사령탑에 오른 왕선재 감독의 공식전 첫 승도 덤으로 얻었다.
경기의 우열은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에 13위라는 성적을 손에 쥐고 대전을 찾은 전남은 김명중과 인디오, 지동원 등을 앞세워 1승 사냥을 시도했다.
그래도 슈팅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전반 23분 전남 김명중의 프리킥이 수비벽에 맞고 굴절되는 장면으로 비로소 슈팅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전도 32분 고창현의 프리킥을 권집이 정확하게 머리로 연결해 박상철 전남 골키퍼를 위협했다.
실마리는 대전이 먼저 풀었다. 42분 고창현의 왼쪽 코너킥을 골키퍼가 펀칭해 흘러나온 볼을 박성호가 오른발로 슈팅, 골망을 흔들었다. FC서울과의 개막전 골 이후 7경기 만에 맛본 시즌 2호 골이었다.
후반, 대전의 공세는 대단했다. 짧은 패스가 맞아 들어가면서 몇 차례 날카로운 공격이 이어졌다. 7분 고창현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시도한 슈팅이 옆그물을 맞는 등 추가골의 기세가 엿보였다.
전남이라고 가만있지는 않았다. 12분 정윤성의 헤딩 슈팅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온 뒤 혼전 상황에서 소유한 볼을 정인환이 오른발로 빈 골문을 향해 가볍게 찼지만 아쉽게 하늘 위로 날아가고 말았다.
리드를 지키고 싶었던 대전 왕선재 감독은 21분부터 양정민, 곽창희, 황지윤 등 수비형 미드필더 요원들을 대거 투입해 한 골 사수에 나섰다.
대전이 수비벽을 굳건히 하고 역습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자 전남의 볼 소유가 많아졌다. 그러나 정확도가 떨어진 슈팅을 난사하고 패스가 끊기는 등 답답한 장면이 연출됐다. 역으로 39분 대전의 바벨이 오른쪽 포스트를 살짝 빗나가는 슈팅을 하는 등 기회를 잡는 모습을 보였다.
전, 후반 90분이 지나고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다. 대전은 볼을 돌리며 지연에 나서다 역습을 시도했고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고창현의 낮은 패스를 곽창희가 오른발 슈팅했다. 이 볼이 양쪽 포스트에 모두 맞고 나오며 추가골 기회가 사라졌다. 그래도 한 골을 잘 지켜낸 대전은 전남의 마지막 공세를 온몸으로 버티며 감격스런 첫 승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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