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2002 한·일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우승국인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 대표팀과 평가전을 가졌다. 이 경기는 한국 축구사에서 큰 의미를 던져준 경기 중 하나였다. 한국이 2-3으로 패배하기는 했지만 세계최강 프랑스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월드컵 4강 신화의 가능성을 엿보인 경기였다.
그리고 한국 최고의 스타 탄생을 알리는 경기이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 된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그 화려한 축구 인생의 서막을 알리는 경기가 바로 프랑스와의 평가전이었다. 박지성이란 존재감을 처음으로 강력하게 알린 경기가 바로 프랑스전이었다. 박지성은 프랑스전에서의 눈부신 활약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전반 16분 트레제게에 1골을 허용하며 끌려가던 한국. 전반 26분 한국은 환상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그 주인공이 바로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김남일의 롱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돌진했고 수비수 2명이 달라붙었지만 가뿐히 제친 후 왼발로 슈팅,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세계 최강 프랑스 수비수들은 박지성에게 농락당했다. 그리고 당시 프랑스 대표팀 골키퍼는 파비앵 바르테즈. 당시 세계 최고 수문장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던 바르테즈는 박지성의 슈팅을 향해 힘껏 몸을 날렸지만 공을 건드리지 못했다. 세계 최고 골키퍼가 박지성의 발 끝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박지성의 이 환상적인 한 골의 강렬함은 대단했다. 이 골로 한국 축구팬들은 박지성이란 이름을 가슴에 새겨넣었다. 당시 일었던 박지성 대표 발탁 논란을 잠재웠고 진정한 스타로 떠오르는 계기였다. 세계 최강을 두드린 자신감으로 박지성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당시 21세로 대표팀 막내급이었던 박지성은 이 골을 시작으로 세계무대에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다.
2010년 5월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에콰도르 대표팀과 평가전을 펼쳤다. 이 경기에서 8년 전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보인 박지성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한 장면이 벌어졌다.
21살의 대표팀 막내,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일을 터뜨리며 주목을 받는 젊은 피, 그리고 환상적인 개인기에 이은 골, 게다가 왼발 슈팅에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가른 것까지. 8년 전 프랑스전에 등장한 박지성을 보는 것만 같다.
바로 이승렬(21, FC서울)이다. 이승렬은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28분 염기훈의 헤딩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돌진했고 달라붙던 에콰도르 수비수 2명을 가뿐히 제친 후 왼발로 슈팅,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이승렬의 슈팅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이승렬은 지난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에서도 사고를 친 바 있다. 홍콩전에 1골을 넣었고, 일본전에선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허정무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제 겨우 에콰도르전을 포함해 A매치 6경기에 나섰을 뿐인데 벌써 3골이다. 그리고 월드컵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자신감은 넘치고, 위기 때마다 한 방씩을 터뜨려줘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승렬의 비상은 허정무호 공격수 경쟁에 일대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주영이 부상 회복 중이고 골결정력 부족으로 근심하고 있는 이 때 이승렬의 등장은 허정무호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후 허정무 감독은 이승렬을 향해 "공격수로서 이승렬은 어리지만 잘해줬고 앞으로 커 가는 선수다. 더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며 이승렬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승렬은 "월드컵에 가서 베스트 11보다는 후반에 들어가서 활약하고 싶다.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면 꼭 성공하고 싶다"며 큰 욕심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이승렬은 후반 교체 카드가 아닌 박주영 파트너에 대한 허정무 감독의 고민을 해결해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승렬이 꼭 8년 전 박지성의 향기를 풍기고 있는 것만 같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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