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잠실 두산-한화전. 두산은 경기 초반 잡은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연장 끝에 4-7로 역전패했다. 9회초 추승우의 희생플라이로 4-4 동점을 내주고 연장 승부를 벌여야 했던 두산은 11회초 송광민(1타점)과 정희상(2타점)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무너졌다.
이날 패배로 두산이 입은 손해는 여러모로 크다. 특히 투수진에서 입은 피해는 그 내상이 깊다.
선발로 나섰던 히메네스가 4회초 신경현의 빗맞은 땅볼 타구를 급히 잡으려다 왼쪽 대퇴사두근(허벅지 위쪽)에 부상을 입었다. 이 탓에 끝까지 추격하는 한화를 떨치기 위해 두산은 등록된 불펜투수를 모조리 투입하는 소모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20일 정밀검사를 받는 히메네스의 부상 정도는 우승을 노리는 두산에게 자칫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주중 3연전 첫 날 조승수, 고창성, 정재훈, 이용찬, 성영훈, 홍상삼, 김승회까지 풀가동한 불펜진은 이후 경기서 어려운 투수운용을 강제하고 있다. 이래저래 총력전을 펼치고 패한 후유증에 김경문 감독도 편한 잠을 청하지는 못했을 터.
다만, 그 중에서도 한 가지 기분좋은 소득은 있었다. 바로 홍상삼이다. 이날 9회초 이용찬의 시즌 첫 블론세이브 탓에 연장 들어 등판한 홍상삼은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그간의 부진을 씻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경문 감독은 연장 10회초 여섯번째 투수 성영훈이 선두타자 송광민에게 2루타를 내주자 곧바로 홍상삼을 투입했다. 불펜 여력이 없는 가운데 내린 결단.
홍상삼은 마운드에 오른 직후 불안했다. 곧바로 정희상과 정원석에게 우전안타와 볼넷을 허용하고 무사 만루에 몰렸다. 한화의 역전 득점 가능성이 컸지만, 위기에서 오히려 홍상삼은 힘을 냈다. 박노민(삼진), 오선진(3루땅볼출루), 정현석(투수땅볼)을 모두 범타 처리하며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막아냈다. 최고구속 150km에 달하는 강속구와 자신감 넘치는 피칭으로 박빙의 상황에서 흔들림 없는 피칭을 보여준 것이다.
연장 10회말 이번엔 한화가 실점 위기에 몰리자 김현수와 민병헌을 연속 고의4구로 내보내고 2사 만루를 만든 다음 타순에 들어가 있던 홍상삼과의 대결을 택했다. 홍상삼은 대타 최승환과 교체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날 그는 사령탑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홍상삼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선발진 붕괴를 대체해줄 카드로 그에게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딱히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때문에 김 감독은 "기대하다가 못하는 것보다는 기대 안하다가 잘 던지면 좋지 않겠느냐"고 자조섞인 평가까지 내놓기도 했다.
이날 연장 역전패는 두산에게 올 시즌 들어 최악의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히메네스의 부상으로 인한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홍상삼이 이날 피칭을 계기로 살아난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텨볼 지지대 하나는 마련하게 된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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