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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경기 출전 이운재, 후배들 환호 받으며 아름답게 '퇴장'


애국가가 울리자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린 그는 마지막 A매치를 옴 몸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132경기째,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마지막 경기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그는 동료와 어깨동무를 하고 어느 때보다 파이팅을 크게 외쳤다. 골대를 향해 뛰어가자 관중석에서는 우렁찬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문장 '거미손' 이운재(37, 수원 삼성)가 11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1994년 3월 5일 미국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국가대표로 데뷔한 이운재는 1994 미국 월드컵 본선 C조 조별리그 마지막 독일전을 통해 월드컵과는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결핵으로 고생하며 1998 프랑스월드컵 대표팀에서 제외됐지만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주전으로 골문을 지키며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호아킨의 슈팅을 선방하는 등 4강 신화의 밀알이 됐다. 2006 독일월드컵 원정 첫 승의 현장에서도 이운재는 골문을 지켰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후배 정성룡에게 자리를 내주고 벤치를 지켰지만 조언자로서 충실한 역할을 했다.

지난 6일 이운재는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7년간의 국가대표를 마감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날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경기 출전으로 대표팀 수문장을 후배들에게 물려줬다.

이운재는 평소처럼 소리를 지르며 김영권(FC도쿄)-이정수(알 사드)-곽태휘(교토 상가)로 구성된 플랫3와 교감하는데 집중했다. 전반 13분 왼쪽 측면으로 흘러들어오는 볼을 잽싸게 뛰어나와 옆줄 밖으로 쳐내자 박수가 터졌다. 관중들도 이운재의 미지막 경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평소보다 더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특히 소속팀의 홈구장에서 갖는 마지막 A매치라 의미는 더욱 깊었다.

이운재는 27분 피터 오뎀윙기(로코모티브 모스크바)에 헤딩으로 동점골을 허용한 뒤 정성룡(성남 일화)에게 골문을 넘기며 교체됐다. 터벅터벅 뛰어나오는 이운재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이운재도 양 손가락을 펼쳐 하늘 위로 들어올리며 마지막 A매치를 머릿속에 담았다. 132경기 출전, 114실점이라는 기록이 그의 국가대표 기록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하프타임 때 대한축구협회는 이운재의 활약이 담김 영상을 상영하며 은퇴의 의미를 깊게 부여했다. 정장으로 갈아입고 그라운드에 등장한 이운재는 조중연 축구협회장으로부터 공로패와 트로피를 받은 뒤 두 딸과 정성룡, 김영광 두 골키퍼로부터 은퇴를 축하하는 꽃다발을 받았다.

고별인사를 통해 이운재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내가 국가대표 선수로 대한민국을 위해 뛰느라 행복했고 많은 팬 여러분의 사랑을 얻으며 행복했다"라고 떨리는 소감을 말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운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이제 저는 그라운드를 떠나 유니폼을 벗지만 많은 후배도 경기를 해야 한다. 팬 여러분이 성원과 애정어린 눈빛으로 응원해 달라"며 후배들에게 성원을 부탁했다.

이운재는 후반전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던 11명의 태극 전사로부터 헹가래를 받으며 국가대표와 완전한 이별을 고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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