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우리 팀에서 언제부터 신인들이 선발 명단에 들었지?"
지난 14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의 얼굴은 홈 유니폼 색깔처럼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성남은 대구FC에 1-3, 포항 스틸러스에도 설기현에게 골을 내주며 0-2로 져 2연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대구를 상대로 패한 것은 충격이었다.
신 감독은 "정말 전반전 대구의 경기력은 내가 봐도 이상했다. 스스로 헤매기에 오늘 골 좀 많이 넣겠구나 했는데 후반전에 뭘 먹고 나왔는지 확 달라지더라"라고 회상했다.
때문에 인천전은 상위권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너무나 중요한 경기였다. 신 감독은 "인천은 경기를 잘하고도 지더라"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인천의 선발 명단을 확인한 신 감독은 몇몇 선수의 기량이 좋다고 지적하더니 후보 명단을 가리키며 "우리보다 괜찮네"라고 입맛을 다셨다. 이어 "성남 출전 명단을 확인해보라. 조병국, 김철호, 전광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1~2년차다"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신 감독의 말대로 이날 18명의 출전 명단 중 무려 7명이 신인이었다. 선발로 나서는 11명 중에는 공격수 조동건을 포함해 1~3년차 선수가 6명이나 됐다. 현역시절 성남을 두 차례나 3년 연속 리그 우승 반열에 올려놓을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과거를 되짚은 그는 "과거 성남의 선발, 교체 명단은 시쳇말로 꽉 찼다. 신인들이 감히 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많아야 1명의 신인급이 선발이 아닌 후보로 들어갔었다"라며 현 상황에 대해 그저 웃기만 했다.
신인들의 대거 등용에는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팀 사정 때문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미드필드의 핵이었던 이호가 카타르 알 아인으로 진출했고 김정우는 광주 상무에 입대하며 군복무를 시작했다.
올 여름 휴식기에는 5골 2도움으로 상승세를 타던 공격의 한 축인 파브리시오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브라질로 돌려보냈다. 계약을 연장할만한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왼쪽 풀백 장학영도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떠났다.
그나마 중앙 수비수 조병국이 병무청으로부터 엄정한 심사 끝에 5급 판정으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아 돌아온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거리였다.
차라리 잘 됐다는 듯 신 감독은 "이참에 그냥 신인들이나 젊은 선수들을 확 키워야겠다. 좋은 선수들이 성장하면 한국 축구에도 도움이 될 것 아닌가"라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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