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팬들로서는 가슴이 철렁한 사건이 발생했다. '캡틴' 조성환마저 머리에 공을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것. 사직구장은 야유와 물병투척으로 한동안 아수라장이 됐다.
24일 사직 롯데-KIA전. 롯데가 5-7로 뒤진 9회말 2사 후 타석에 선 조성환은 KIA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있던 윤석민이 던진 공에 머리(헬멧)를 맞고 주저앉았다. 이후 조성환은 덕아웃으로 들어와 얼음찜찔을 하며 안정을 취한 뒤 병원으로 이동했고, 25일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윤석민의 사구(死球)로 사직구장은 경기가 중단될 정도로 야유와 각종 오물 투척이 난무했다. 경기 후에는 각종 야구관련 커뮤니티에서 윤석민을 성토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조성환이 투구에 맞은 것이 섬뜩한 것은 '하필이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던 탓이다.
지난 15일 광주 KIA전 9회초, 이대호와 함께 리그 타격을 지배하던 롯데 3번 홍성흔은 9회부터 클로저로 등판한 윤석민의 몸쪽 공에 왼쪽 손등을 맞았다. 손등뼈는 골절됐고, 전치 4주 진단이 나왔다.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으로 4강 싸움에 한창이던 롯데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다음 경기가 SK, 두산과의 6연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더욱 뼈아팠다.
이후 롯데 선수들은 오히려 단결해 6연승을 내달리며 기세를 회복했지만, 9일만에 다시 홍성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3번으로 나서던 조성환이 또 윤석민으로부터 사구를 맞은 것이다. 홍성흔의 부상 후 4강기세가 꺾일 뻔했던 위기 상황을 극복해내고 있는 와중에 곧바로 같은 투수에게 비슷한 악재를 당하자 롯데팬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 뿐만 아니라 머리에 공을 맞은 이가 조성환이라는 점도 롯데팬들의 울분을 더욱 사고 있다. 조성환은 지난 시즌 초 SK 채병룡의 공에 안면을 맞아 광대뼈 3곳이 함몰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재활 후 복귀까지 두 달 이상 걸렸고, 한 동안 눈동자 출혈이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 윤석민이 의도적으로 빈볼을 던질 상황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4강 경쟁팀인 롯데전에서, 그것도 팀의 중심타선에서 뛰고 있는 3번 타자에게 몸쪽 공을 던지다 연속으로 맞히게 된 윤석민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조성환의 부상 정도와 상관없이 롯데팬들의 분노와 원망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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