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에서 선수와 코치는 전략적인 제휴 관계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호흡을 잘 맞추다가도 서로 결별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일이 흔하다는 뜻이다. 가깝게는 지난 3월말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아사다 마오(20, 일본)가 그랬다.
아사다는 '피겨계의 전설' 중 한 명인 러시아의 티티아나 타라소바 코치와 과감하게 관계를 정리했다. 타라소바는 사샤 코헨(미국), 아라카와 시즈카(일본) 등 여자 싱글 외에도 주요 남녀 유명 선수를 키워낸 세계적 지도자다. 2006년에는 피겨스케이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사다는 밴쿠버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끝낸 후 "나는 아직도 기술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앞으로 나를 리드해주면서 기술적으로 향상시켜 줄 인물을 찾고 있다"라며 타라소바 코치와 결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타라소바 역시 미련없이 아사다를 떠났다.
5개월여가 지난 현재 이번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가 세계 정상으로 오르는데 크게 기여한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다소 내용이 다른 결별을 했다.
양측은 모두 소속사를 통해 결별을 공식화했다. 포문은 브라이언 오서가 열었다. 오서는 24일 오전 매니지먼트사인 IMG 뉴욕을 통해 "김연아의 어머니이자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 대표인 박미희 씨에게 결별 통보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올댓 스포츠는 "김연아가 오서와 결별하기로 했다. 23일 오서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지난 5월 오서가 다른 선수의 코치를 맡는다는 소리가 들려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열띤 공방 속 눈에 띄는 부분은 김연아가 오서와 함께 스케이팅 기술을 담당하는 보조 코치인 트레이시 윌슨과도 함께 결별했다는 부분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김연아가 이미 세계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검증을 받은 만큼 더 이상의 지도가 필요 없다는 해석이 나오기에 충분하다.
반면,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의 관계는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김연아는 다가오는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는 출전하지 않는 대신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아이스쇼에 나선다. 경우에 따라서는 12월 성탄절마다 국내에서 열었던 자선 아이스쇼에도 참가할 수 있다. 안무 연습을 통한 표현력의 유지는 필수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피겨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코치진 없이 안무가의 지도만 받는다면 정식 대회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기에 충분하지 않겠느냐. 즉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2010~2011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는 모두 포기했지만 내년 3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하나만큼은 출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출전을 선언해놓고도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김연아가 최종적으로는 아마선수 은퇴의 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오서와의 결별은 결과적으로 아마추어 생활을 접고 아이스쇼 출연 등에 전념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프로 전향설'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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