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빈 히메네스(두산)가 팀에 천금의 승리를 안겼다. 1차전 치명적인 재역전패의 흐름을 끊어낸 호투다.
두산은 8일 대구구장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서 선발 히메네스의 7이닝 무실점 역투 속에 4점을 뽑아냈고, 그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 4-3으로 승리했다. 히메네스의 강판 후 계투진의 불안 및 수비실책까지 겹쳐 8회말 1실점, 9회말 2실점하며 막판 진땀을 흘리긴 했지만 두산은 힘겹게나마 삼성의 뒷심을 봉쇄하고 반격의 1승을 챙겼다.
이날 승리의 공신으로는 4-3으로 쫓기던 9회말 1사 2, 3루서 연속삼진으로 경기를 끝낸 임태훈을 비롯해 경기 내내 안정적인 2루 수비를 보여준 오재원과 2타점 적시타로 '두목곰'의 역할을 충분히 해준 김동주 등 여러 명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선발 히메네스가 승리의 최대 원동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히메네스는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산발 5안타로 삼성 타선을 잠재우며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역투를 펼쳤다. 게다가 이날 우천으로 인해 총 78분간이나 경기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해 김경문 감독은 히메네스의 호투 흐름이 끊길까봐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가 끊겼다 재개된 후에도 여전히 싱싱한 투구를 펼치면서 두산 승리의 토대를 닦았다.
이날 히메네스의 임무는 막중했다. 1차전서 투수총력전을 펼치고 막판 박한이에게 결승 스리런포를 얻어맞고 패한 터라 두산은 삼성과 불펜싸움을 벌일 여력이 없었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경기 직전 "뒤에 나설 투수가 없다. 히메네스가 무조건 5회 이상은 버텨줘야 된다"고까지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히메네스는 추적추적 내린 빗줄기 속에 '용병에이스'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투수들이 없어 히메네스가 5회 이상 던져줘야 했고, 걱정하면서 6회 등판시켰는데, 본인이 한 이닝 더 던진다고 하더라. 정말 고마웠다"고 그에게 감사인사까지 전했다. 적장 선동열 감독조차 "히메네스를 공략하지 못해서 졌다"고 실토할 정도.
경기 후 히메네스는 "어제(1차전) 패배가 굉장히 아쉬웠다. 오늘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집중했다"며 "원정에서 1승 1패를 하면 잠실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더 집중했다"고 등판 전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어 히메네스는 "싱커와 슬라이더가 잘 들어갔고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면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간 게 호투로 이어진 것 같다"며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팀 우승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특히 변덕스러운 빗줄기 탓에 어깨가 식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히메네스는 "중간 중간 비가 와서 중단되면서 오히려 어깨를 쉴 수 있었고, 그 덕에 더 오래 던질 수 있었다"고 '우천상황'이 오히려 오랜 이닝 투구에 도움이 됐음을 전했다.
조이뉴스24 대구=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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